평화와 정의 "2중대 아닌 독립여단"…'與견제·野비판' 전략
바른미래와 차별화된 '캐스팅보터' 표방…"협치의 조정자 되겠다"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기자 = 민주평화당과 정의당이 손잡고 출범시킨 '평화와 정의의 의원모임'(이하 평화와 정의)이 제4 교섭단체로서 거대 양당의 틈바구니에서 어떤 원내 전략으로 존재감을 발휘할지 주목된다.
다당제 체제에서 '범(凡) 진보'로 묶이는 평화와 정의는 일단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는 태도를 보이며, 집권 여당의 2중대 역할에 그칠 것이라는 일각의 시선을 불식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중간 지대에서 바른미래당과 차별화된 '캐스팅보트'를 쥐고 꽉 막힌 개헌·정치개혁 정국의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것이 평화가 정의가 내세우는 대안세력으로서의 첫 과제다.
평화와 정의는 '민주당 2중대'라는 프레임에 예민한 반응을 보인다.
새 교섭단체의 첫 원내대표를 맡은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는 전날 CBS 라디오에 출연해 "저희는 민주당 2중대라는 표현을 사양하겠다"며 "2중대 눈에는 2중대만 보이는지 왜 그런 표현을 쓰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 얘기를 한 바른미래당이 보수의 2중대가 아니라 보수의 본부중대가 되기를 바란다"면서 사실상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을 싸잡아 비판했다.
평화당 장병완 원내대표도 3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우리가 보수냐 진보냐 이분법적으로 나눌 때는 진보에 속하기 때문에 범진보 세력으로 민주당과 협력할 수 있다"며 "그러나 정부·여당이 모든 일을 잘하는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바른미래당이 우리에게 2중대라고 하는 것은 순전히 정치적인 공격이고, 자기 얼굴에 침 뱉는 소리나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평화와 정의는 야당으로서 여당을 견제하는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낼 방침이다.
당장 청년 일자리와 구조조정 지역 대책을 명분으로 한 정부 추경안 심사 등에서 '야성'을 드러낼 것으로 예상된다.
전날 국회 본회의 무산의 빌미가 된 방송법과 공수처법 처리 문제와 관련해서도 평화와 정의만의 절충안을 제시할 가능성이 있다.
정의당 윤소하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통화에서 "우리는 2중대가 아니라 독립여단으로서 제대로 된 야당의 역할을 하려고 한다"며 "국민을 위한 것이라면 지지하고 연대하겠지만, 잘못된 부분은 냉정하게 질책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과 한국당이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기초의원 4인 선거구제를 대폭 축소한 이른바 '선거구 쪼개기'에 대해 평화와 정의가 격앙된 반응을 보이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평화당은 지난달 28일부터 국회 본청 로텐더홀에서 4인 선거구 복구를 요구하며 연좌 농성을 벌이고 있고, 정의당은 심상정 전 대표가 국회 헌법개정 및 정치개혁특별위원회(헌정특위)에서 4인 선거구를 확대하기 위한 법 개정을 강하게 요구하는 등 손발을 맞추고 있다.
평화당 조배숙 대표는 이와 관련, 앞서 지난달 30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민주당 지도부와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선거구 쪼개기의 문제점을 얘기했는데 묵묵부답"이라며 "민주당이 결심만 하면 지금이라도 고시를 개정할 수 있다"고 여당을 압박했다.
평화와 정의는 당분간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을 비판하면서 민주당을 편들지도 않는 독자적인 행보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정미 대표는 전날 합동 의원총회에서 "평화와 정의는 앞으로 국회 안에서 제대로 된 협치의 조정자가 될 것"이라며 "개혁에 머뭇거리거나 개혁을 취사선택하는 모습을 본다면 확실한 견제자의 역할을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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