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아프리카 이주민 추방·재정착 '오락가락' 혼선
네타냐후, 유엔난민기구와 합의안 실행 전격보류…국내반발 의식한 듯
(서울=연합뉴스) 한상용 기자 = 이스라엘 정부가 국내 체류하는 아프리카 이주민 추방·재정착에 관한 정책을 몇 시간 만에 뒤집으면서 혼란을 가중하고 있다.
2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추방 위기에 몰린 아프리카 이주민을 서방국가로 보내고 국내 체류를 한시적으로 허용하는 유엔난민기구(UNHCR)와의 합의안 이행을 보류한다고 이날 밝혔다.
네타냐후 총리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합의안 이행을 보류하기로 결정했다"며 "그 합의 조건들을 재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의 이번 결정은 이스라엘 정부가 UNHCR과의 합의에 따라 아프리카 이주민 추방 계획을 폐기한다고 발표하고 나서 불과 몇 시간 뒤 나온 것이다.
앞서 이스라엘 정부는 이 합의로 주로 아프리카 에리트레아와 수단 출신의 이주민 중 1만6천여 명이 서방국가로 이주하고 나머지 이주민은 최소 5년간 이스라엘에서 머물 수 있고 전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들 이주민을 받아들이기로 한 서방국가로 캐나다와 이탈리아, 독일 등을 꼽았다.
그러나 이번 합의안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자 이스라엘 총리가 갑자기 합의안 이행을 전격 보류했다고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전했다.
WP는 네타냐후 총리의 급작스러운 결정 변경은 이주민 문제가 이스라엘에서 골칫거리가 됐으며 네타냐후가 핵심 지지층의 분노에 주저하고 있음을 드러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3일 텔아비브 남부에서 주민 대표자들을 만나 이주민 문제를 논의하기로 했다.
텔아비브 남부는 아프리카 이주민이 다수 거주하는 곳으로, 이곳 주민은 이스라엘과 UNHCR의 합의안에 "이스라엘 국가의 수치"라는 비판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 주민은 아프리카 이주민이 더 많이 추방되길 원하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가 아프리카 이주민이 갈 곳으로 지목한 일부 서방국가도 불만을 제기했다.
이탈리아와 독일은 "이스라엘에 있는 아프리카 이주민에 관한 어떠한 재정착 합의안을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게다가 이스라엘은 아프리카 이주민을 영토 바깥으로 내보내는 데 역점을 두는 한편 출신국에 따라 재정착 비용 지급 여부를 달리하는 점 등에서 '인종차별주의적 정책'을 편다는 비판도 받는다.
이스라엘에는 현재 아프리카 이주민이 약 4만8천 명이 체류 중이다. 이들 대부분은 2013년 이집트와 이스라엘 간 국경에 울타리가 세워지기 전에 넘어온 이들이다.
아프리카 이주민들은 자국으로 돌아갈 경우 학대와 고문은 물론 죽음의 위험에 처할 수 있다며 이스라엘의 추방 정책에 반발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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