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루 삼키던 하승진 "오늘은 다른 눈물…나이 들었나 봐요"

입력 2018-04-02 22:24
분루 삼키던 하승진 "오늘은 다른 눈물…나이 들었나 봐요"

4강 PO 3차전 17리바운드 활약…2연패 뒤 반격 '선봉'



(전주=연합뉴스) 최송아 기자 = 지난달 31일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 2차전 막바지 전주 KCC의 센터 하승진(33)은 팀이 10점 차로 뒤지며 서울 SK에 2연패를 당할 가능성이 커지자 작전 시간 도중 벤치에 앉아 눈물을 흘렸다.

팀의 골 밑을 지켜야 할 기둥으로서 속절없는 연패에 직면하자 분하고 속상한 마음을 감추지 못한 것이다.

이틀이 지난 2일 안방인 전주체육관으로 돌아와 치른 3차전에서 절치부심한 하승진은 언제 그랬냐는 듯 펄펄 날아다녔다.

1쿼터에만 9개의 리바운드를 잡아내 팀이 24-11로 기선을 제압하는 데 앞장섰고, 경기를 통틀어 공격 리바운드 9개를 포함해 17개의 리바운드를 따내 KCC의 90-79 승리를 이끌었다.

경기를 마치고 만난 하승진은 2차전의 눈물에 관해 묻자 "그것에 관해 묻지 말아 달라고 말씀드리려 했다"며 쑥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이날 시작할 때부터 기합을 넣으며 자신을 다잡은 그는 "혼자 속으로 '할 수 있다'하며 자기 주문을 걸었다. 기합을 넣은 건 스스로 깨어나고 팀도 깨우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기에 대해선 "경기력이 좋지 않을 때 내게 공이 투입되지 않아 가만히 서 있는 경우가 많은데, 오늘은 공이 잘 투입되고 몸싸움으로 상대 파울이 늘어난 것 등이 잘 풀린 것 같다"고 자평했다.

하승진은 1∼2차전을 적지에서 내주고 3차전 반격에 성공한 건 응원의 힘이었다며 홈 팬들에게 공을 돌렸다.

그는 "오늘 승리의 90%는 팬들 덕분이다. 경기력과 집중력에서 차이가 크게 났다"면서 "응원이 천군만마같이 느껴졌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2차전 당시 눈물 흘리는 모습이 화면에 잡힌 이후 "동료들에게 놀림을 받았다"며 너스레를 떤 하승진은 "사실 오늘도 끝날 때 눈물이 났다. 나이가 들었나 보다"라고 고백하기도 했다.

그는 "눈물에 여러 의미가 있겠지만, 확실한 건 오늘은 2차전과는 다르다는 것"이라면서 "다음에도 오늘과 같은 눈물을 흘리겠다"며 4차전 승리를 다짐했다.

song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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