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경찰청장에게 '미투'란…"피해자 존중하되 사실관계 따져야"
"열린 마음으로 공정하게 조사…두 사람간 오해는 경찰소관 아냐"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크레시다 딕 런던경찰청장이 성범죄와 관련해 피해자를 존중하되 경찰은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중립적인 입장에서 조사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근 성폭력·성희롱 고발 캠페인인 '미투(#Me Too·나도 당했다)'의 확산과 관련해서도 당사자 간 오해나 착오는 경찰 수사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2일(현지시간) 영국 보수 일간 더타임스에 따르면 딕 청장은 성폭력 피해자들의 주장을 일단 사실로 간주하고 수사하도록 한 그동안의 지침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지난 2011년 영국에서는 BBC 방송의 간판 진행자 지미 새빌이 수십 년 동안 미성년자와 여성 수백 명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지른 일이 드러나면서 발칵 뒤집혔다.
경찰이 학대 주장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자 정부는 성폭력 피해자 주장에 우선적으로 신뢰성을 부여하는 내용의 지침을 만들었다.
그러나 이같은 지침이 적용되면서 오히려 거짓 주장으로 인해 경찰력을 낭비하거나 무고한 이들이 피해를 보는 경우가 계속 발생했다.
예를 들어 '닉'이라고 알려진 한 제보자가 영국 정관계 고위층이 다수 연루된 아동 성폭력을 신고해 경찰은 이를 토대로 16개월에 걸친 대대적인 수사에 나섰지만 결국 거짓 제보로 밝혀졌다.
딕 청장은 피해자 주장에 대한 우선 신뢰 정책을 제고할 것인지를 묻자 "경찰관들에게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누군가가 얘기한다면 우리는 존엄성과 존경심을 갖고 이를 귀기울여 듣고 기록해야 한다"면서도 "그 순간부터 우리는 수사관이 돼 조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경찰은 수사에 관해서는 공정해야 한다"면서 "피해자를 지원해야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최근 미투 운동에 대해 "경찰로서 말하자면 나는 범죄에 관심이 있다"면서 "아주 오래전 일이거나 사소한 일인 경우, 형사사법 제도적 결과를 빚을 것 같지 않은 일이 있다면 경찰력을 거기에 소비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딕 청장은 이어 "누군가가 다른 사람에게 끌려서 발생할 수 있는 어설픈 행동, 두 사람 간의 오해일 수 있는 일은 경찰의 소관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올해 가을 임기를 마치는 앨리슨 손더스 영국 검찰총장 역시 현재의 폭로 문제와 관련해 새로운 절차적 해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손더스는 남은 임기 동안의 우선 순위을 묻자 "폭로 이슈와 관련해 전체 형사사법 체계에 걸쳐 존속할 수 있는 장기적 해법을 찾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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