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리 결정' 스위스 소도시 주민투표 부정 논란

입력 2018-04-02 19:29
'분리 결정' 스위스 소도시 주민투표 부정 논란

언어·종교 차이에 차별 문제로 갈등 끝에 작년 분리 결정

(제네바=연합뉴스) 이광철 특파원 = 종교, 언어의 차이 때문에 주민투표로 다른 칸톤(州)에 편입을 결정한 스위스의 작은 도시가 '원정투표' 의혹 제기로 논란에 휩싸였다고 공영 RTS 등이 2일(현지시간) 전했다.

스위스 북서부의 무티에라는 작은 도시는 원래 베른 칸톤에 속해 있었지만 작년 6월 주민투표에서 이웃 쥐라 칸톤에 편입되는 안이 통과됐다. 행정 절차를 마무리 지으면 이 도시는 2021년부터 쥐라 칸톤에 편입된다.

얼핏 작은 소도시의 행정구역 문제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지방색이 강하고 공용어가 4개인 연방국가 스위스의 역사와 지역 갈등 문제까지 담은 사안이라 중앙정부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쥐라 칸톤은 1978년 베른 칸톤에서 분리 독립해 26번째 주가 됐다. 쥐라 쪽은 프랑스어를 쓰고 가톨릭 신자가 많지만 베른 칸톤 쪽은 독일어를 쓰고 개신교 신자가 많다.

분리 독립 전 소수인 쥐라 출신은 공직에서도 차별을 받았다. 1947년 베른 주의회는 쥐라 출신 인사에게 공공 철도부서를 맡기는 안을 부결시켰다.

주 정부가 추천한 인사였지만 주의회는 그가 베른에서 쓰는 독일어를 잘하지 못하기 때문에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반대했다. 이 사건은 쥐라 지역의 분리 운동을 촉발했다.

이때 자칫 스위스에서 내전이 발생할 수도 있었지만, 가까스로 주민투표로 문제를 해결했다는 평가도 있다.

무티에는 프랑스어를 쓰는 곳이지만 분리 당시 행정구역을 조정하면서 그대로 베른 칸톤에 남았다. 지도상으로 보면 베른 칸톤 안쪽으로 깊게 들어와 있어 쥐라 칸톤으로 편입시키기도 모호한 위치에 있다.

작년 이곳 주민들이 주민투표로 쥐라 칸톤 편입을 결정하면서 '쥐라 문제'는 끝나는 듯했다.

그러나 최근 존탁스자이퉁과 르마탕 디망슈 등 일요판 신문들이 일제히 원정투표 의혹을 제기했다. 실제 이곳에 거주하지 않으면서 주민으로 등록해놓고 투표한 사람들이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4천 명의 주민이 참여한 투표에서 분리 편입 찬성과 반대 표 차이는 137표에 불과했다. 주민투표 때 평균 50% 안팎이었던 투표율은 이례적으로 88%였다.

투표의 유효성을 두고 논란이 커지자 시모네타 소마루가 연방 법무부 장관은 양쪽 칸톤에 이 문제를 논의하자면서 별도의 토론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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