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치킨게임' 한국GM 노사 '전향적 자세' 아쉽다
(서울=연합뉴스) 한국GM 노사가 회사 경영정상화를 위한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정부 지원을 위한 자구안 제출과 글로벌 신차 배정 일정 등을 고려해 사 측이 제시한 노사합의 시한(3월 말)이 지났으나, 향후 교섭일 조차 잡히지 않은 상태다. 배리 엥글 GM 해외사업부(GMI) 사장은 지난달 26일 노조와의 면담에서 "4월 20일까지 정부에 확정 자구안을 제출하려면 3월 말까지는 노사합의를 이뤄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부도 절차에 들어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도 이틀 뒤 임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 서한에서 "3월 말까지 노사가 합의하지 못하면, 4월 초에 도래하는 각종 비용 지급을 위한 자금 확보가 불가능하게 된다"고 밝혔다. 노사는 지난달 30일 인천 부평 본사에서 제7차 임단협 교섭을 벌였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한국GM 유동성 위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GM은 한국GM 실사 기간에는 자금을 회수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이달 8일까지 1조7천100억 원의 차입금 만기가 돌아온다. 한국GM은 차입금 만기가 연장되더라도 6일에는 지난해 임금협상에서 합의한 성과급 700억 원을 지급해야 하고, 27일에는 희망퇴직신청자 2천600여 명에게 위로금으로 약 5천억 원을 줘야 한다. 당장 5천700여억 원의 현금이 필요하다. 지난주 한국GM 이사회에서도 단기 유동성 위기가 중요하게 논의됐다고 한다. 산업은행도 이런 점을 고려해 필요한 자금의 일부를 대출해주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산은이 일부 유동성을 공급하더라도 대주주인 GM과 주요 이해당사자인 노조가 고통을 분담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전제 아래서 돈을 줘야 한다.
노사합의는 한국GM 사태 해결의 가장 중요한 변수다. GM은 지난 2월 군산공장 폐쇄를 발표한 이후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련 정부 부처 관계자와 이동걸 산은 회장을 만나 정부 지원을 타진해왔고, 지난달 11일에는 ▲ 27억 달러 규모 차입금 전액의 출자전환 ▲ 2개 차종 글로벌 신차 배정 ▲ 구조조정 비용의 상당 부분 지급 ▲ 신차 배정 등에 따른 총 28억 달러 규모의 투자 참여 등을 포함하는 경영정상화 방안을 제시했다. 엥글 사장이 이 제안을 카젬 한국GM 사장에게 이메일로 보내면서 우리 정부 부처와 산은에도 참조 형태로 알렸다고 한다. 이 경영정상화 방안의 신뢰성이나 타당성은 놔두고서라도 유동성 위기의 한국GM 사태 해결을 위해서는 비용절감을 위한 노사합의가 절대적이다. 회사의 경영부실 책임을 규명할 산은의 실사가 철저하게 이루어져야 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한국GM 노사합의는 고통분담 의지와 상대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한다. 그런데 노사 양측은 신뢰를 주기는커녕 벼랑 끝 전술을 통해 상대방을 압박하려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사측은 처음에 "2월 말까지 이해관계자들의 의미 있는 진전을 이루어야 한다"고 발표했다. 3월 초에 GM의 글로벌 신차 배정이 있는데 그때까지 한국 정부 지원이나 노조의 인건비 절감 합의가 없으면 한국에 신차가 배정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미였을 것이다. 하지만 '2월 말'이 지난 후에는 시한을 조금씩 늦춰가며 노조의 양보를 요구하는 압박 전술에 매달리고 있다. 노조 역시 고통분담 의지가 약해 보인다. 한국에 웬만큼 경쟁력 있는 신차가 투입되더라도 지금 같은 고비용 구조로는 경영정상화가 불가능하다. 노사가 이른 시일 안에 임단협에 합의하지 못하면 정부 지원을 요청하기 위한 자구안 제출도 쉽지 않다. 노사 양측은 서로에게 부실의 책임을 전가하며 '치킨게임'을 벌이는 것보다는 회사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전향적으로 양보하는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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