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무실까지 아무도 막지 않았다…'방배초 인질극'의 재구성
신분증 확인 안해…범인 간식 먹으려는 사이 경찰이 제압
(서울=연합뉴스) 안홍석 최평천 기자 = 2일 서울 서초구 방배초등학교에서 발생한 초등학생 인질 사건의 범인 양모(25)씨는 아무런 제지 없이 학교 건물에 들어갔던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까지 경찰 조사와 학교 측 설명에 따르면 양씨는 이날 오전 11시 30분께 정문을 통해 학교로 들어갔다.
학교보안관은 "방배초 졸업생인데, 졸업증명서를 떼러 왔다"는 양씨의 말을 그대로 믿고 들여보내 줬다. 신분증도 확인하지 않았다.
서류발급이나 민원업무를 위해 학교에 방문한 사람에 대해서는 학교보안관이 주민등록증 등 신분증을 확인한 뒤 일일방문증을 발급해야 하지만 이를 어긴 것이다.
건물 안으로 들어간 양씨는 재학증명서를 발급해주는 행정실을 지나쳐 그 옆 교무실로 향했다. 교무실에는 여교사 1명과 행정직원 1명, 그리고 쉬는 시간을 이용해 학급 물품을 가지러 온 학생 6명이 있었다.
11시 33분께 교무실에 들어간 양씨는 4학년 여학생 1명을 붙잡아 흉기를 들이댔다. 이어 "기자를 불러달라"고 요구했다.
학교는 11시 40분께 교실 밖으로 나오지 말라는 내용의 방송을 하는 한편, 교감이 교무실에 들어가 양씨와 대화를 시도했다. 그러나 양씨는 피해 여학생에게 "미안하다"고만 했을 뿐, 자신의 요구사항만 반복해서 말했다.
학교 측 신고가 경찰에 접수된 시각은 11시 47분이었다. 3분 뒤인 11시50분 현장에 도착한 경찰은 교감을 내보내고서 교무실 여닫이 문을 사이에 두고 양씨와 대치했다.
방배경찰서 형사는 "집이 어디냐", "학교, 군대는 어디 나왔냐" 등 질문을 던지며 양씨를 안심시키려 했다.
양씨는 "군대에 있을 때 상사에게 욕을 먹어서 정신병이 생겼다"는 등 횡설수설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그는 몇 차례 간질 증상을 보이기도 했다.
여학생의 몸상태를 우려한 경찰은 양씨의 동의를 얻어 오후 12시 20분께 물을 종이컵에 담아 줬다. 양씨는 경찰이 멀리 물러나고서야 문간에 놓인 종이컵을 가져갔다.
여학생에게 양씨가 물을 먹이자 경찰은 12시 33분께 "점심시간 지났는데 아이가 좀 먹어야 하지 않겠느냐"며 빵과 우유 2개를 건넸다.
흉기를 놓지는 않았지만, 빵과 우유, 물을 먹으려던 양씨의 경계심이 순간 풀렸다. 그때 경찰관들이 양씨에게 달려들어 제압했다. 이때가 12시 43분, 교무실 침입 약 1시간 만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양씨가 간질 증상을 계속 보였는데 물과 빵, 우유를 주니 틈이 생겼고, 경찰이 덮쳤다"고 전했다.
신미애 방배초 교장은 "(신분증 확인 안 한 적이) 그동안 없었는데 공교롭게도 이번에 그렇게 됐다(확인하지 않았다). 양씨가 젊어서 보안관이 놓친 것 같다"면서 "매뉴얼을 어긴 것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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