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의 확장성 연구"…미술관 무대 오른 미니멀리즘 무용 대가
벨기에 안무가 드 케이르스마커, 국립현대미술관 초청으로 방한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저는 시공간에 춤을 써내려가는 작업을 하는 사람입니다. 그 시간과 공간을 확장하는 작업에도 관심을 두고 있어요."
2일 오후 1시 서울 종로구 사간동의 국립현대미술관(MMCA) 서울관 서울박스. 1층과 2층에 옹기종기 둘러앉거나 선 관객 230여명은 끊임없이 변형하는 기하학적 무늬를 감상하고 있었다.
이들의 시선이 머문 곳은 그림이 아닌 모래 위에서 춤을 추고 있는 한 여성. 포스트모던 댄스 거장이자 미니멀리즘 무용을 대표하는 벨기에 안무가 안느 테레사 드 케이르스마커(58)였다.
이날 드 케이르스마커는 작곡가 스티브 라이히의 단순하고 구조적인 음악에 맞춰 그의 대표작 '파제, 스티브 라이히 음악에 대한 네 가지 움직임' 중 3부에 해당하는 '바이올린 페이즈'를 선보였다.
16분에 걸친 이 공연에서 그는 절제되고 반복적인 회전 동작을 통해 음악의 형식과 구조를 시각적으로 재현했다. 그의 움직임은 바닥에 깔린 모래들에 독특한 궤적을 만들고 지워냈다.
이날 공연은 국립현대미술관의 '다원예술 2018' 프로그램 중 하나로 소개됐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예술의 경계를 확장하고 있는 동시대 예술의 최신 경향을 국내에 소개한다는 취지로 작년부터 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공연 전 기자들과 만난 드 케이르스카마커는 "객석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극장과 달리 미술관은 사방에 관객들이 둘러앉는다"며 "공연과 관객의 관계가 완전히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드 케이르스마커는 1982년 22세에 발표한 '파제, 스티브 라이히 음악에 대한 네 가지 움직임'을 발표하며 단숨에 세계적 명성을 획득한 안무가다. 벨기에를 현대무용 메카로 만든 주역 중 한 명이기도 하다.
음악적 구조와 안무를 연결짓는 작업에 관심이 많으며 기하학, 수학적 패턴, 자연 세계, 사회적 구조에서 창안한 다양한 형식 구조를 보여왔다.
그는 "포스트모더니즘이 유행하던 1980년대 미국 뉴욕에서 공부하며 많은 영감을 받았다"며 "그중에서도 당시 가방에 넣고 다니던 라이히 음반이 내 안무 인생의 중요한 시작점을 열어줬다"고 설명했다.
"라이히 음악은 명백하게 미니멀리즘 특성을 보이죠. 절제된 짧은 단위들이 끊임없이 반복되며 무한한 가능성이 펼쳐진다는 점, 기계적으로 보일 정도로 구조적 성격이 두드러지는 점, 박자가 뚜렷하다는 점 등이 그러한 성격을 대변합니다. 제게 음악과 무용 간 관계에 대한 영감과 틀을 제공한 음악가죠."
그는 무용의 시공간을 확장하는 것에도 최근 관심을 두고 있다. '바이올린 페이즈'를 미국 뉴욕현대미술관(MoMA)에서 선보인 것을 계기로 극장 밖 다양한 공간에서 관객과 새로운 관계 맺기를 시도하고 있다.
그는 "영국 런던 테이트모던 공연장이나 프랑스 파리 퐁피두센터에서 공연하기도 하고, 1시간짜리 공연을 9시간으로 늘리기도 했다"며 "이러한 확장으로 내 작품들은 전혀 다른 작품이 됐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은 3일까지 이어진다. 각각 오후 1시, 오후 3시, 오후 5시에 관람할 수 있다. 2일 오후 5시 공연이 끝난 뒤에는 관람객이 드 케이르스마커와 만나 작품 세계 등을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도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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