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니퍼 송, 7년 만에 빛 봤지만…우승은 다음 기회로
공부·골프 다 잘한 엄친딸 출신…168번째 대회에서 눈도장
연장 승부 때 박성현이 열띤 응원 펼쳐 눈길
(서울=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2018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ANA 인스퍼레이션에서 치열한 연장 혈투를 펼친 제니퍼 송(29·미국)은 골프계에서 알아주는 '엄친딸'이다.
부모님이 한국인이 제니퍼 송은 '송민영'이라는 한국 이름도 있고, 대전에서 고등학교에 다닐 때는 국가대표로 활약했다.
골프는 아버지 송무석 홍익대 조선해양학과 교수가 1998년 미국 미시간주 앤아버에서 연구원 생활을 할 때인 9살에 처음 접했다.
학생 선수 시절 제니퍼 송은 공부도 잘하고 운동도 잘했다.
국가대표로 선발된 2007년 제니퍼 송은 성적 우수 장학금을 받으며 대전국제고를 다니고 있었다.
미국 대학수학시험(SAT)을 준비하면서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대회에도 출전하던 그는 2008년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USC)에 장학생으로 입학했다.
대학생 때인 2009년, 제니퍼 송은 미국골프협회(USGA) 여자아마추어퍼블릭링크스 챔피언십과 US여자아마추어선수권대회를 제패하며 아마추어 최강자로 떠올랐다.
미국골프협회(USGA)가 주최하는 양대 아마추어 대회를 한 시즌에 모두 석권한 선수는 제니퍼 송이 재미교포 펄 신(1988년)을 이어 두 번째였다.
이듬해인 2010년에는 프로로 전향, LPGA 2부 투어 데뷔전인 테이트앤라일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코스·대회 최저타 신기록을 세우며 우승했다.
제니퍼 송은 그해 2부 투어에서 상금랭킹 2위에 오르며 2011년 LPGA 정규투어 출전권을 획득, LPGA 투어에 입성했다.
그러나 막상 LPGA 투어 데뷔 후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지난 7년 동안 LPGA 투어 '톱10'에 든 적이 4차례밖에 없었다. 2012년 파운더스컵 공동 6위, 2016년 CME 그룹 투어 챔피언십 3위, 지난해 에비앙챔피언십 3위와 뉴질랜드 오픈 4위 등이 최고 성적이다.
2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랜초 미라지의 미션힐스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LPGA 투어 2018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ANA 인스퍼레이션'에서 제니퍼 송은 모처럼 집중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박인비(30), 페르닐라 린드베리(32·스웨덴)와 함께 치열한 연장 승부를 펼쳤기 때문이다.
제니퍼 송은 3라운드까지 공동 3위를 달리다가 이날 4라운드에서 5타를 줄이며 박인비, 린드베리와 함께 공동 1위로 올라섰다.
이들 세 명은 최종 우승자를 가리기 위해 연장전에 들어갔다.
18번 홀(파4)에서 열린 연장전은 1차, 2차에서도 끝나지 않아 3차까지 갔다.
제니퍼 송은 연장 3차전에서 파를 기록, 버디를 잡은 박인비와 린드베리에게 밀려나 가장 먼저 탈락했다.
연장 2차전에서 우승 버디 퍼트를 놓친 것이 큰 아쉬움으로 남았다.
박인비와 린드베리는 어둠 속에서 펼쳐진 연장 4차전에서도 승부를 내지 못해 날을 넘겨 다음 날 5차전에 나서게 됐다.
메이저대회에서 펼쳐진 명승부를 만든 주인공의 한 명으로서 제니퍼 송은 이날 깊은 인상을 남겼다.
우승 없이 168번째로 나선 LPGA 투어 무대에서 골프팬들에게 눈도장을 찍은 것이다.
지난해 신인왕과 상금왕, 올해의 선수까지 3관왕에 오른 박성현(25)이 제니퍼 송에게 열띤 응원을 보내는 모습이 중계 화면에 잡히기도 했다.
제니퍼 송은 대학생 아마추어 골퍼일 때도 3개 대회 연속 준우승에 머물다가 우승의 물꼬를 트면서 아마추어 최강자에 오른 경험이 있다.
경기 후 제니퍼 송은 "당연히 우승하고 싶었는데 놓쳐서 아쉽다. 하지만 내가 이 위치에 있어 본 적도 없어서 연장전에 나갈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한 생각이 든다. 앞으로 더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고 들뜬다"고 소감을 밝혔다.
첫 우승을 메이저대회에서 할 수 있었다는 아쉬움에 그는 "마음이 아프긴 하다"면서도 "그래도 너무 잘한 것 같다. 이번 주 너무 만족한다. 앞으로 더 잘할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좋다"고 긍정적인 면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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