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차별' 곤욕 치른 BBC, 성 평등 강화…회의론도 여전
뉴스·시사프로 전문가 절반씩…"인종·계층 다양성도 필요"
(서울=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 임금과 인력 구성과 관련해 성차별 논란에 휩싸인 영국 공영방송 BBC가 성 평등 강화에 나서고 있다.
BBC는 뉴스, 시사 및 화제 프로그램 전반에 참여하는 남녀 전문가 비율을 내년까지 50%씩 맞추기로 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2일 보도했다.
BBC는 이들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해설가나 기자들의 성별 균형이 이뤄지는지를 매월 점검하겠다며 이런 계획은 이미 다수 프로그램에서 채택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BBC 내부나 성평등 옹호단체 관계자들은 새로울 것이 없는 내용이라며 냉담한 반응이라고 가디언은 전했다.
BBC 여성 진행자인 제인 가비는 "그럴듯해 보이는 시도로 보이지만, 그들은 항상 이렇게 해왔다"며 "이는 정부가 새롭지도 않은 것을 마치 새것인양 발표하는 것과 같다"고 평가절하했다.
가비는 BBC가 해결할 과제로는 이 문제 이외에도 인종적 그리고 계층적 다양성 문제도 있다고 강조했다.
여성평등당(Women's Equality)의 소피 워커 대표는 "BBC가 미해결 과제인 여성직원에 대한 임금 차별 문제로부터 관심을 돌리기 위해 발표한 것이라는 의심이 든다"며 조직 전반의 구조적인 불평등을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BBC는 최근 여성직원들에 대한 임금 차별 문제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BBC는 지난해 7월 주요 방송인의 보수를 공개하라는 정부 요구에 따라 설립 후 처음으로 15만 파운드(약 2억2천만 원)가 넘는 고소득 방송인의 이름이 담긴 2016년 연례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15만 파운드 이상 연봉자 총 96명 중 여성은 34명으로 전체의 3분의 1에, 25만 파운드 이상으로 좁히면 전체 34명 중 여성은 9명에 불과했다.
이후 임금체계 검토 결과로는 남성이 여성보다 평균 9.3%를 더 받는 것으로 드러났다.
소문만 무성했던 BBC의 남녀 임금 차별 관행이 구체적으로 드러나자 여성 방송인 43명이 BBC 사장에게 공개서한을 보내 즉각적인 임금 성차별 철폐를 촉구했다.
지난 1월 BBC 여성에디터인 중국지사의 캐리 그레이시는 남성 동료들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보수를 받았다며 보직 사퇴로 항의했다.
논란이 확산하자 BBC 측은 고소득 남성 방송인들이 보수 삭감 조치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까지 방송 출연진과 주요 역할에서 여성 비율을 50%까지 늘리겠다고도 약속했다.
BBC는 또 회계·컨설팅업체인 PwC에 임금 결정 과정에 대한 조사를 의뢰했고, "완벽과는 거리가 멀지만" 성 편향 잣대를 들이대지는 않았다는 조사 결과를 공개하기도 했다.
한편, 최근에는 윔블던 테니스 대회에서 해설을 맡은 '테니스 여제' 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61)가 '코트의 악동' 존 매켄로(59)와 비교하면 10분의 1에 불과한 보수를 받았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이에 대해 BBC는 매켄로가 남성이란 이유보다는 더 많은 일을 해 보수 역시 많았다며 지난해 대회 당시 나브라틸로바는 10회가량 출연했지만, 매켄로는 30회를 출연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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