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현대사 교육장 서대문형무소역사관에 4·3 수형인 기록 전무

입력 2018-04-02 08:15
근현대사 교육장 서대문형무소역사관에 4·3 수형인 기록 전무

억울하게 끌려가 80여명 수감…"역사관 운영조례 개정 요청, 4·3 전국화해야"

(제주=연합뉴스) 고성식 기자 = "서대문형무소로 억울하게 끌려가 고초를 겪으며 병까지 얻었어. 후대가 이런 역사를 알았으면 하지."



제주4·3 당시인 1949년 정직 재판절차 없이 수감됐던 김경인(86) 할머니는 서대문형무소 수감 시절 등 자신이 겪은 4·3이 후대에 제대로 알려지기를 바란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할머니는 2015년 4·3 단체와 함께 현재 역사관으로 변한 서대문형무소를 66년 만에 찾았다.

그는 "4·3 당시 열여덟 나이에 억울한 옥고를 치렀던 기억이 눈에 선했다"면서 "일제강점기 독립운동 선열과 민주화 시대의 인사에 대한 전시물과 안내는 있으나 4·3 수형인에 대한 내용이 전혀 없어 아쉬웠다"고 말했다.

한국 근현대사의 살아있는 교육장으로 활용하고 있는 서대문형무소역사관에 1948∼1949년 당시 부당한 공권력에 의해 끌려가 수감됐던 4·3 관련 피해자 기록물이 유독 빠져 있다.

이에 따라 진상규명 작업과 4·3 특별법 제정 이후 한국 역사의 한 페이지에 오른 4·3도 역사관 전시물에 추가돼야 한다고 수형인과 관련 단체가 요구하고 있다.

이른바 '4·3 수형인 명부'와 1951년 법무부 감찰과의 '탈옥수명단' 등에 따르면 적지 않은 제주도민이 서울까지 끌려가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

서대문형무소에는 1950년 한국전쟁 직전까지 민간인 대상 이뤄진 두 차례 군법회의를 거쳐 제주 출신 4·3 재소자가 있었다.



계엄령 당시인 1948년 군법회의(군사재판)로 서대문형무소에 10명 안팎(주로 여성 수형인)이 있었고 계엄령 해제 후에는 1949년 국방경비법에 의한 군사재판 재소자가 80여 명까지 불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이승만 대통령은 1948년 11월 17일 제주도에 대해 계엄령을 내린 뒤 다음 달인 12월 말 해제했다.

계엄령 해제 이후에도 정식 재판 없이 국방경비법을 적용한 군사재판이 불법적으로 이뤄졌다.

이로 인해 4·3 수형인들은 영장 없이 임의로 체포됐고 공판조사서나 판결문조차 존재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서울까지 끌려간 제주 출신 4·3 수형인들은 혹독한 수감 생활을 견뎌야 했다.

김 할머니는 "4∼5명이 들어갈 정도의 좁은 감방에 10명 이상이 함께 지냈고 위생이나 부상자에 대한 치료도 엉망이었다"며 당시 비참한 생활을 증언했다.

서대문형무소에 수감됐던 김진수·이인현·강계옥 등 상당수 제주도민이 행방불명되거나 옥사해 다시 제주로 돌아오지 못하기도 했다.



역사관은 서울시의 '서대문형무소역사관 설치 및 운영' 조례에 따라 일제 침략에 맞선 선열의 항일투쟁과 독재에 맞선 민주화운동의 역사를 기리기 위해 관련 자료를 수집·전시하는 교육장으로 현재 사용되고 있다.

역사관 관계자는 "역사관은 조례에 따라 운영되고 있다"며 "조례 개정 없이는 4·3 수형인에 대한 전시물을 추가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양동윤 제주4·3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도민연대 대표는 "부당한 국가공권력에 의해 희생된 4·3 수형인 문제는 역사적 사실일뿐더러 역사관 운영 정신에도 어긋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역사관의 관련 자료 수집과 전시 대상에 4·3도 포함되도록 제주도가 서울시에 조례 일부 개정을 요구해야 한다"면서 "이를 통해 4·3의 전국화와 세계화에 이바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4·3 수형인은 제주4·3(1947년 3월부터 1954년 9월까지) 당시 불법 군사재판으로 서대문형무소 등 전국 형무소로 끌려가 수감된 이들을 말한다.

2009년 추미애 당시 새정치국민회의 의원이 명부를 발견하면서 그 인원이 2천500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수형인은 행방불명 되거나 고문 후유증으로 숨을 거두기도 했다. 살아남은 생존자로 신고된 인원은 33명에 불과하다.

생존자들도 육체적 정신적 후유장해를 겪다가 상당수가 생을 마감했다. 또 '연좌제'로 인해 자녀가 공직에 취업이 제한되는 피해를 봤다.

kos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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