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병원서 채혈한 환자 간염 걸려 사망…세계 첫 사례

입력 2018-04-01 11:05
홍콩 병원서 채혈한 환자 간염 걸려 사망…세계 첫 사례

"일회용 아닌 재사용 채혈기 사용한 탓" vs "보편적 관행"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홍콩 병원에서 채혈 과정의 환자가 채혈기에 묻은 C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돼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일 보도했다.

지난 2016년 간 이식 수술을 받은 58세의 여성 환자는 지난해 8월 홍콩 최대 공공병원인 퀸메리병원에 입원해 후속 치료를 받다가 같은해 12월 C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돼 사망했다.

병원 측은 홍콩대 미생물학과 위안궈융(袁國勇) 교수 주도의 조사팀을 꾸려 이 환자의 감염 경로 조사에 나섰고,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이 환자는 채혈 과정에서 채혈기에 있는 C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돼 사망한 것으로 밝혀졌다. 전 세계에서 채혈 과정에서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돼 환자가 사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통상 채혈기의 주삿바늘은 일회용을 써 채혈 후 즉시 버리지만, 주삿바늘 부분과 이어진 채혈 보조기는 재사용한다. 사망 환자 채혈에 쓰인 채혈 보조기에는 C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된 극소량의 혈액이 남아있었다.

조사팀이 C형 간염 바이러스의 진원지를 추적한 결과 바로 이 병원에 입원한 남성 마약중독자였다.

위안 교수는 "두 사람의 성별이 다르므로 별도의 병실에 입원했고, 상호 접촉에 의한 감염 가능성은 없었다"며 "두 사람을 이어줄 유일한 연결고리는 바로 재사용된 채혈 보조기였다"고 말했다.

퀸메리병원 측은 즉각 재사용 채혈 보조기를 일회용으로 교체하는 작업에 나섰다. 사망 환자와 비슷한 시기에 입원해 C형 간염 바이러스 감염 가능성이 있는 환자 58명에 대한 추적 조사도 벌이고 있다.

홍콩 병원국도 공공병원에 재사용 채혈 보조기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일회용으로의 교체 작업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홍콩 환자권익협회는 "일회용 채혈 보조기를 사용했다면 환자 사망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세계 의료계는 당장 재사용 채혈 보조기 사용을 금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위안 교수는 "전 세계에서 많은 병원이 재사용 채혈 보조기를 사용하고 있으며, 일회용 채혈 보조기를 사용하는 것은 일부 부유한 국가의 병원뿐"이라고 설명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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