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을 협상테이블로 끌어낸 건 중국의 '최대 압박'"
FT 보도…중국 1~2월 대북 석유수출량 작년의 1.3%로 '유엔 제재 이상'
석탄·철강 수출도 급감…"새 외교노력하는 북한에 경제 지렛대 상기시켜"
(서울=연합뉴스) 김수진 기자 = 잇단 핵·미사일 실험 강행으로 충돌 위기감을 높이던 북한이 돌연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 개최에 합의하며 협상 테이블로 돌아온 이유가 뭘까.
다양한 해석이 분분한 가운데 북한의 최대 후원자였던 중국의 경제 제재가 북한의 태도 변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진단했다.
신문은 ▲ 북한이 핵·탄도 미사일 개발 목표를 성취해 이를 바탕으로 협상을 원하는 것 ▲ 한국과의 긴장완화로 한미동맹을 약화하려 한다는 것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압박 전략이 통한 것 등의 다양한 분석이 있다면서도 중국의 역할론에 비중을 뒀다.
중국의 대북수출 동결이 주요 근거다.
중국 정부의 공식 통계를 보면 지난 1∼2월 중국의 정제 석유 월평균 대북수출량은 175.2톤으로 2017년도 상반기 월평균 1만3천552.6톤의 1.3%에 불과하다.
이는 대북 석유 제품 수출을 이전보다 89% 감량하도록 한 유엔 제재 수준을 훌쩍 뛰어넘는다.
중국의 대북 석탄 수출량은 2017년 상반기 월평균 8천627톤에서 지난 2월 말 기준 직전 3개월 동안 '제로'에 수렴했다.
올해 중국 철강제품 대북수출도 2017년 상반기 월평균 1만5천110톤에 달한 반면, 올해 1∼2월에는 월평균 257톤으로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신문은 중국 정부 통계의 정확성에 대한 우려가 있긴 하지만, 이처럼 일관되고 급격한 수출량 감소는 공식적인 조작의 결과로 보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새로운 외교적 시도를 준비하는 북한에 대해 자신들의 '경제 레버리지(지렛대)'를 상기시키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한 중국 정부 관계자는 "중국은 김정은이 외교적 혼란을 일으키기 전에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데려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중국 주재 미 외교관 출신으로 현재 애버딘 스탠더드 인베스트먼트의 이코노미스트인 알렉스 울프는 FT에 "북한 정책에 변화를 가져온 것은 중국의 최대 압박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이 북한으로 흘러가는 송유관을 효과적으로 잠갔다"면서 "이용 가능한 자료를 분석해 볼 때 북한 경제가 큰 압박에 직면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다만, 신문은 중국의 강력한 대북 제재는 그동안 북한 경제에 더 적극 개입해 달라는 미국의 요구에 저항해온 중국의 오랜 전략과 배치된다면서, 중국은 미국의 압박 요청과 상관없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전했다.
울프는 "중국은 이런 위기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기를 원하지만, 그 일을 자신만의 언어로 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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