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의 방황 금호타이어…'새 주인 찾기' 마무리 눈앞
워크아웃·매각 불발·자율협약 끝에 중국 더블스타로 매각 유력
(서울=연합뉴스) 윤보람 기자 = 금호타이어 노사가 30일 중국 타이어업체 더블스타로의 매각에 사실상 합의하면서 새 주인을 찾기 위한 험난한 과정에 마침내 종지부를 찍을 것으로 보인다.
노조가 전 조합원을 대상으로 하는 찬반 투표를 마무리해야하는 절차가 남았지만, 전후 사정을 고려하면 찬성 가결될 가능성이 크다.
금호타이어는 금호아시아나그룹 일원이던 2006년 내부유보금이 부족한 상황에서 회사채까지 발행해 대우건설 지분을 무리하게 인수하면서 위기가 시작됐다.
비슷한 시기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높이려고 미국, 중국, 베트남 등에 공장 설립을 추진하면서 차입금이 급격히 늘어난 것도 부담이 됐다.
2009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세계 금융위기는 금호타이어의 실적을 악화시키는 직격탄이 됐다.
국제유가가 오르며 원재료 값이 급등했고 세계 자동차 수요 감소로 인해 수출 물량이 급감하면서 회사가 기울기 시작한 것이다.
운영자금 부족에 시달린 금호타이어는 회사채 발행을 통해 수혈을 모색했으나 시장에서 외면당했다.
결국 회사 측은 2009년 워크아웃을 신청했고,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은 2010년 워크아웃을 개시했다.
금호타이어는 2014년 5년간의 워크아웃을 졸업한 뒤에도 실적이 악화에 시달렸다.
2011년 '금호타이어가 불량 고무를 사용했다'는 중국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의 의혹 제기로 인해 추락한 이미지가 수년이 지나도록 회복되지 못하고, 이후 난징 공장 이전과 '사드 보복' 등 악재가 겹치면서 중국 법인 적자가 누적된 영향이 컸다.
2016년 9월 채권단은 금호타이어 지분 매각을 개시했고 본입찰에 참여한 중국의 3개 업체 가운데 더블스타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이때 금호타이어 우선매수청구권을 보유하고 있던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권리 행사 의사를 밝히면서 매각 과정이 꼬이기 시작했다.
재무적·전략적 투자자의 도움을 받아 인수전에 참여해야 했던 박삼구 회장은 컨소시엄 구성을 허용해달라고 채권단에 요구했으나 거절당했다.
채권단과의 분쟁 끝에 우선매수권을 포기한 박 회장은 이후 더블스타의 금호타이어 상표권 사용에 협조하지 않는 등 인수 협상 자체가 무산되길 노렸다.
매각 과정의 갈등이 심화하면서 작년 상반기 금호타이어가 적자를 기록하자 채권단은 더블스타의 요구에 따라 매각 가격을 기존 9천500억원에서 8천억원으로 깎아줬다.
하지만 더블스타가 금호타이어 실적이 더 악화하면 매각 가격을 800억원 더 인하하거나 계약을 해지할 권리를 달라고 추가로 요구한 것이 문제가 돼 결국 작년 8월 매각이 무산됐다.
이후 채권단은 박삼구 회장으로부터 자구안을 받았으나 내용이 미흡하다고 판단, 지난해 9월 채권단 주도의 자율협약을 개시했다.
이 과정에서 박 회장이 경영권을 포기함에 따라 금호타이어는 금호아시아나그룹 품을 떠났다.
채권단은 올해 1월 외부 자본 유치를 통해 금호타이어 정상화에 나서기로 결정했다.
이후 만기가 도래한 채권 상환을 연장하면서 임금동결·삭감, 복리후생 조정 등을 포함한 노사 합의 자구안을 마련할 것을 금호타이어에 요구했다.
노사가 이견을 좁히지 못하는 가운데 이달 초에는 채권단이 더블스타로의 매각을 다시 추진한다는 사실이 공개되면서 해외자본의 인수 후 '먹튀'를 우려하는 노조의 강한 반발에 부딪혔다.
더블스타 회장은 지난 21일 직접 한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먹튀 가능성을 일축하며 독립경영 보장을 약속했다.
그럼에도 총파업까지 벌이며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던 노조는 싸늘한 여론에다 산업은행과 금융당국, 청와대까지 나서서 압박하자 결국 더블스타 자본유치에 사실상 합의했다.
채권단이 노사 합의 마지막 시한으로 정한 30일 자정을 불과 3시간여 앞두고 극적 반전이 이뤄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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