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원 감독 "간절함과 믿음, 구단 지원 덕분에 우승"
박 감독이 이끈 대한항공, 현대캐피탈에 1패 후 3승해 챔피언 등극
(인천=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아직도 얼떨떨하네요. 하룻밤 자고 나면 괜찮아질 거 같아요. 생각했던 것보다는 평온한 거 같네."
남자 프로배구 대한항공의 창단 첫 우승을 일궈낸 박기원(67) 감독은 선수들과 같은 챔피언 티셔츠를 입고 모자를 쓴 채 의외로 비교적 무표정한 얼굴로 인터뷰실에 들어왔다.
박 감독이 이끈 대한항공은 30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17-2018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전 4차전(5전 3승제)에서 현대캐피탈을 세트 스코어 3-0(25-22 25-17 25-20)으로 완파했다.
이로써 대한항공은 시리즈 전적 3승 1패로 2005년 프로배구 출범 후 최초로 챔피언결정전 우승 트로피를 안았다.
박 감독은 '담담해 보인다'는 취재진의 얘기에 "눈물이 날 뻔했는데 참았다"며 "내가 나이도 있는데 울면 재미없지 않으냐"며 호탕하게 웃었다.
그는 2016-2017시즌을 앞두고 대한항공의 사령탑을 맡았다.
지난 시즌에는 정규리그 1위로 챔피언결정전에 직행하고도 현대캐피탈에 2승 3패로 패해 눈물을 삼켰지만, 올 시즌 마침내 대한항공에 우승을 안겼다.
박 감독은 간절함과 믿음, 구단의 전폭적인 지원을 우승의 원동력으로 꼽았다.
그는 "작년에 준우승하고 나서 간절함이 생겼다. 그리고 올 시즌을 치르면서 어려울 때 나와 선수들이 서로를 믿었던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구단은 웨이트 트레이닝장을 하루아침에 새로 만들어주고 체육관에 고속 카메라도 새로 달아줬다"며 "의료 장비도 전폭적으로 지원해 선수들의 재활, 치료가 굉장히 빨리, 잘 이뤄졌다"고 고마워했다.
대한항공은 이번 챔프전 첫 경기에 패한 뒤 내리 3경기를 승리로 장식했다. 1차전 패배 이후에도 박 감독이나 선수들은 기죽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우리가 비록 졌지만, 체력이나 경기력, 정신력에서 준비가 제대로 돼 있다고 느껴서 실망하지 않았다"며 "1차전 다음 날 선수들을 만나니 나랑 비슷하게 생각하는 것 같길래 '우리 서로 믿자'고만 이야기했다"고 돌아봤다.
앞서 박 감독은 챔프전을 앞둔 미디어데이에서 "(우승을 놓쳐서) 바보가 되지 않고자 죽도록 연습했다"고 했다.
그는 이 발언에 대해 "내가 원래 뻥이 심하잖아요"라고 농담하고는 준우승한 지난 시즌을 돌아보며 "남자가 한 번 실수할 수는 있지만 똑같은 실수는 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며 미소를 지었다.
이제 대한항공은 도전자에서 도전받는 쪽으로 입장이 바뀌었다.
하지만 박 감독은 "지금은 다음 시즌을 생각하고 싶지 않다"며 "좀 쉬고 싶다. 충분히 자서 아침에 일어나고 싶을 때까지 푹 자고 싶다"며 껄껄 웃었다.
ksw08@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