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아 연쇄사망 세균, 영양수액 만나 더 치명적이었다"
서울대병원 연구팀, 이대목동 사망사고 재연실험 첫 논문
"세균감염과 지질영양주사제 복합문제…약품 사용설명서 바꿔야"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이대목동병원 신생아중환자실서 잇따라 숨진 신생아 4명의 사망 원인이 세균감염과 지질영양주사제(영양수액)의 복합적인 문제임을 보여주는 연구결과가 제시됐다.
특히 신생아들에게 주사된 지질영양 주사제 '스모프리피드'는 그 자체로도 위독한 신생아와 조산아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돼 주목된다. 국내 초유의 신생아 연쇄 사망 사고를 다룬 의학 논문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일 대한의학회가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JKMS' 최근호에 따르면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오명돈 교수팀은 신생아 연쇄 사망의 원인으로 지목된 시트로박터 프룬디균(Citrobacter freundii)을 스모프리피드에 넣어 배양하는 실험을 했다.
이는 신생아들이 사망 전날 맞은 지질영양 주사제가 시트로박터균에 오염돼 있었던 탓에 패혈증으로 숨졌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과 질병관리본부 역학조사 결과 등에 따른 것이다.
연구팀의 실험 결과도 이 조사 결과와 대체로 비슷했다.
다만, 시트로박터균은 다른 균보다 유독 스모프리피드 주사액에서 급속히 증식하는 특징을 보였다. 시트로박터균 1개 군집을 스모프리피드에 넣고 24시간이 되자 그 수가 100만 CFU/㎖(세균 세는 단위)으로 증가했다.
시트로박터균의 이 같은 증가속도는 병원 감염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항생제 내성균인 'MRSA'(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상구균)보다도 빠른 것으로 측정됐다.
또 시트로박터균은 아미노산, 포도당, 생리식염수 등의 다른 주사액에서도 잘 자랐지만, 스모프리피드에서 가장 급격히 증식하는 특징을 보였다.
연구팀은 "지질주사제의 영양분은 박테리아가 성장하는 데 이상적인 환경이 된다"면서 "100㎖ 용량의 주사액을 신생아 투여 용량인 20㎖ 단위로 나누는 과정에서 시트로박터균에 오염됐다면, 이로 인한 전격성 패혈증이 사망의 직접적인 원인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눈여겨볼 대목은 시트로박터균을 넣은 스모프리피드에서 지름 5μm(마이크로미터) 이상 크기의 지방 덩어리(소구체)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매우 증가했다는 점이다. 시트로박터균 주입 후 24시간이 지나자 스모프리피드 주사액에서 직경 20μm 이상의 지방 덩어리가 상당수 관찰됐으며, 최대 40μm까지 커진 지방 덩어리도 있었다.
연구팀은 "시트로박터균 오염 후 스모프리피드 주사액에서 지방 덩어리의 크기와 수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증가했다"면서 "주사 가능한 지방 덩어리의 중간 크기는 1.0μm 미만인데, 직경이 5μm 이상으로 커지면 폐의 작은 모세혈관을 차단함으로써 '지방색전증'을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시트로박터균 감염이 지방 덩어리를 커지게 함으로써 스모프리피드 자체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이게 결국 폐혈관 내 지방색전증으로 이어져 사망의 또 다른 원인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는 게 연구팀의 분석이다.
하지만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신생아 부검에서는 폐혈관에 지방 축적이 관찰되지 않아 지방색전증은 사망의 직접원인에서 제외됐다.
연구팀은 스모프리피드의 이런 불안정성이 폐색전증을 일으켜 사망한 사례가 보고돼 미국 FDA가 의약품 설명서에 '조산아 사망위험' 경고문을 넣은 데 대해서도 언급했다.
오명돈 교수는 "균이 조금이라도 들어가면 결국 패혈증과 폐색전증이 유발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미국의 약품 설명서에는 사망위험 경고는 물론 투여상 주의사항, 준비 과정상 주의사항이 매우 자세히 기술돼 있다"면서 "한국의 제품 설명서에도 이런 내용이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런 지적에도 아직 사망위험에 대한 경고문을 넣지 않고 있다.
오 교수는 이어 "주사제를 맞다가 환자가 패혈증으로 사망하는 일이 절대 재발하지 않도록 이번 기회에 환자안전 시스템을 점검,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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