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케어' 의료계 갈등 심화…"국민 안중에 없나"

입력 2018-04-01 06:30
'문재인 케어' 의료계 갈등 심화…"국민 안중에 없나"

의협 "문재인 케어와 전쟁" vs 한의협 "문재인 케어 적극 지지"

의협-방사선사도 갈등… "국민 건강 보호 소명아래 해결책 찾아야"

(서울=연합뉴스) 김잔디 기자 = '문재인 케어'로 불리는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을 둘러싸고 의료계 직역(職域)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정부와 의사단체의 입장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가운데 의료현장에서는 의사와 한의사, 치과의사 사이 문재인 케어에 대한 찬반이 엇갈린다.

이달부터 시행되는 상복부 초음파 건강보험 적용에는 급여 자체가 아닌 '검사 주체'로 의사와 방사선사가 갈등을 빚고 있다.



◇ 의협 "전쟁 선포" vs 한의협 "적극 지지"

1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와 대한한의사협회(이하 한의협)는 하루 차이로 문재인 케어에 대한 정반대 의견을 내놓으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최혁용 한의협 회장이 지난 29일 문재인 케어를 적극 지지한다고 공언한 다음 날인 30일 최대집 의협 회장 당선인(의협 비상대책위원회 투쟁위원장)은 문재인 케어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이 과정에서 한의사협은 의협을 '기득권자'라고 표현하는 등 작심 비판했다.

의협과 한의협이 문재인 케어에 입장이 나뉘는 건 이해관계가 달라서다.

의협은 적정한 의료수가 보장 없이 급여 항목을 늘리는 건 의료계의 생존을 위협한다고 주장한다. 최대집 회장 당선인은 지난해 12월 열린 전국의사 총궐기대회에서 "비급여를 전부 급여화한다면 대부분의 중소병원과 동네 의원이 수익 구조가 더 열악해져 단기간 내 파산할 수밖에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반면 한의협은 비급여의 급여화를 통해 한의약을 처방받거나 한방 의료행위를 찾는 환자들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본다.

최혁용 회장은 "현재 침과 뜸만 보험 적용이 되고 한약은 거의 안 되고 있다"며 "한의사 제도가 제대로 활용되려면 한의사의 도구와 행위가 더 많이 급여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치과의사협회도 문재인 케어에 우호적이다. 제도가 시행되면 그동안 고가였던 틀니, 임플란트에 대한 보장성이 강화돼서다.



◇ 의사 VS 방사선사도 갈등

이달부터 시행되는 상복부 초음파 검사 건강보험 적용에는 '검사 주체'를 두고 의사와 방사선사가 갈등을 빚고 있다.

당초 상복부 초음파 검사는 의사가 직접 시행한 경우만 급여를 인정하기로 했으나 의사가 방사선사와 같은 공간에서 방사선사의 촬영 영상을 동시에 보면서 실시간 지도와 진단을 하는 경우도 인정하는 것으로 수정됐다.

개정안 고시가 처음 공개됐을 때 거세게 항의하던 방사선사는 한숨 돌리게 됐으나 의사들의 반발은 여전하다. 의협은 "방사선사의 초음파 검사는 불법 의료행위"라고 보고 있다.

최대집 회장 당선인은 "병·의원에서 초음파 검사자가 의사가 아닌 경우 곧 설치될 무면허 초음파 검사 신고센터에 신고해달라"며 "신고 포상금 지급과 함께 검찰에 고발해 무면허 행위를 뿌리 뽑겠다"고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 국민 안중에 없는 의료계 갈등…의협 패싱론도 제기

의료계 내부 갈등이 적잖은 가운데 의협과 정부의 입장도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복지부는 상복부 초음파 고시 철회는 절대 불가하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에 따라 복지부가 의협을 포기하고 향후 개별 사안에 대해 병원협회나 개별 의학회, 의사회와 개별 논의하는 '의협 패싱' 가능성도 제기된다.

의협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일축했다.

최 회장 당선인은 "의학회와 개원의사회 모두 만나 협력을 요청하겠다. 단언하건대 절대 의협 패싱과 같은 일은 없다"며 "만약 병협이 의협의 방침을 따르지 않고 독자적으로 협상을 진행한다면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지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실제 의협이 정부와의 대화에서 제외될 경우 의료계 내부 갈등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문재인 케어를 둘러싼 의협의 반발이 거세지고, 의료계 내부에서마저 갈등 양상이 빚어지면서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입는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남희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팀장은 "의협의 전면전 선포는 정확한 근거나 문제점 진단 없는 직역 이기주의에 가까운 행동"이라며 "의료공급자 단체들도 국민 건강을 보호한다는 공동의 소명 아래 서로 해결책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jand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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