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공약대전] ② 민노총 해체·해저도시 건설…'아무 말 대잔치' 될라

입력 2018-04-01 08:01
[6·13 공약대전] ② 민노총 해체·해저도시 건설…'아무 말 대잔치' 될라

미투·미세먼지 겨냥 여성·환경 공약 봇물…참신성 인정받으면 인지도 상승

'관심만 끌면 돼' 실현 가능성 뒷전 황당 공약도…"공약은 지켜야할 계약서"

(전국종합=연합뉴스) 6·13 지방선거가 2개월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후보마다 유권자 관심을 끌기 위한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후보간 공약 경쟁은 선거를 정책대결로 이끌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구태를 벗어나 참신하고 시의적절한 공약은 인지도를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한다.

하지만 실현 가능성은 뒷전인 채 유권자 관심을 끌기 위해 무리한 공약을 내걸었다가 되레 비판 대상이 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유권자 심판을 앞두고 '공약'(公約)이 아닌 '공약'(空約)을 남발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최근 여론을 뜨겁게 달구는 지방선거 화두를 꼽자면 '미투'(#Metoo·나도 당했다)와 '미세먼지'를 빼놓을 수 없다.

이를 둘러싸고 유권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공약을 내기 위한 아이디어 경쟁이 치열하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수 경기 파주시장 예비후보는 시장 산하 여성인권위원회 설치를 공약으로 내놨다.

그는 "각계 남녀 전문가 20명으로 구성된 여성인권위원회를 상설화해 가정폭력, 데이트폭력, 성폭력, 학교폭력, 방임 등 한국 사회 고질적인 적폐 해결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박 예비후보는 미세먼지와 관련, 당선 후 최우선 이행 공약으로 관내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공기청정기를 보급하겠다고도 약속했다.

자유한국당 김대현 대구 수성구청장 예비후보는 구청장 직속 미세먼지특별위원회를 만들어 정보수집, 예방 및 대책 수립 등을 맡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는 또 어린이집, 유치원, 초등학교, 학원 밀집지역, 노인요양시설 등을 미세먼지 프리존으로 지정해 관련 정책을 우선 실시한다는 구상이다.

민주당 홍미영 인천시장 예비후보는 인천 영흥화력발전소 배출 허용 기준을 2배 이상 강화하는 한편 미세먼지 환경 기준을 초과하면 인천항에 입항하는 선박을 제한하고 인천공항 항공기 운항도 단계적으로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한국당 이우철 경기 광주시장 예비후보는 관내 모든 초·중·고교에 미세먼지 전용 마스크 자판기 설치를 공약했다.

이 예비후보는 또 주부를 위한 복지 향상과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겨냥한 '주부 수당' 공약을 내놔 눈길을 끌었다.



그는 "매년 시 예산의 1% 규모를 주부들에게 지역화폐(월 5만원)로 지원하겠다"며 "가사와 육아에 전념하는 주부의 노동가치를 제대로 인정하고 지역에서만 유통되는 화폐로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 정재웅 강원 춘천시장 예비후보도 비슷한 방법으로 일종의 출산장려금을 지급하는 '맘(心)대로 맘(mom) 수당' 정책을 약속했다.

이처럼 나름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지는 공약이 있는가 하면, 관심을 끄는 데는 성공했으나 실현 가능성에 의문부호가 뒤따르는 공약도 있다.

민주당 정경진 부산시장 예비후보는 가덕도에 신공항 건설과 함께 990만㎡ 해저도시 건설을 공약해 실행 가능성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이 공약의 핵심은 가덕도 앞바다 수심 30m부터 수면 사이에 990만㎡ 규모 해저도시를 건설하고 495만㎡의 해상부에는 24시간 운영이 가능한 신공항과 초대형 컨테이너 항만을 건설하는 것이다.

문제는 11조5천억원에 달하는 사업비와 안전성을 어떻게 확보하느냐다.

정 예비후보 측은 해저 6층 공간은 민간에 분양해 6조원을 조달하고, 해상부 산업용지를 분양해 4조원을 확보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예상대로 분양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라는 평가가 대체적이다.

충남지사 출마를 선언한 민주당 양승조 의원은 65세 이상 노인 버스비 무료화와 고교 무상교육·무상급식을 공약했다.

버스비 무료화에는 1천154억원, 고교 무상교육과 무상급식에는 1천597억원의 재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양 의원은 중앙정부와 충남도, 각 시·군, 충남도교육청이 분담해 예산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어떻게 수천억원의 재원을 마련할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방안이나 분담 비율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도시철도(지하철) 재정 적자가 매년 가중되고 있어 노인 무임승차 연령을 올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에서 버스비 무료화가 현실화할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울산지역 예비후보들의 이색 공약 대결도 눈길을 끈다.

민중당 김창현 울산시장 예비후보는 울산을 전국 최초로 초중고 완전 무상교육 도시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시 예산의 12%(2018년도 기준 4천억원)를 무상교육 재정으로 사용해 울산을 학부모 교육비 부담 '0'인 도시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무소속 김기봉 울산시장 예비후보는 출마 선언 기자회견에서 "민주노총은 기업들을 해외로 쫓아내고 실업자를 양산하며 경제를 망치고 있다"면서 "민주노총 해체에 앞장서고 울산과 시민만을 위하는 시장이 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신혼부부에 24평 임대 아파트 무상 제공, 울산 출신 대학생 및 청년층을 혁신도시와 대기업에 35% 취업 이행, 울산 전입 가정에 1천만원 지급, 퇴직자와 실업자 취업할 때까지 매월 150만원 지급, 취업준비 청년 1년간 월 100만원 제공 등의 공약을 내놨다.

바른미래당 손삼호 울산 동구청장 예비후보는 세계 최초로 주 3일 근무제를 도입하고 기업 순이익의 1% 사회 환원을 공약했다.

하지만 이들이 내세운 공약들이 과연 실현될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 많다.

이광재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은 "무조건 유권자 시선을 끌려고 하다보니 실현 가능성을 무시한 황당한 공약이 남발되는 것"이라며 "정치인은 유권자인 국민이 고용하는 것이고, 공약은 고용 계약서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유권자들도 꼼꼼히 살펴 공약이 실천 가능한지를 따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승혁 변지철 신민재 여운창 이덕기 이상현 이우성 이정훈 이종민 이해용 전창해 한종구 홍인철)

jeon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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