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화되는 청년주택 님비현상…"빈민주택 반대" 안내문까지
영등포구 아파트 일부 주민 "청년주택 생기면 아파트 가격 폭락"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공공·복지시설이 집 주변에 생기는 것을 기피하는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최근에는 서울시가 추진하는 역세권 청년주택이 이런 님비현상의 주요 대상이다.
서울의 한 아파트단지에는 청년 임대주택이 아파트값을 떨어뜨리는 '5평짜리 빈민주택'이라고 규정한 반대 안내문까지 붙어 논란이다.
영등포구 소재 아파트단지 주민으로 구성된 '하이마트 부지 기업형 임대아파트 반대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4일 '5평형 빈민아파트 신축 건'이라는 제목의 안내문을 단지 안에 붙였다.
이들은 "우리 아파트 옆 하이마트 부지에 청년임대주택이란 미명 하에 70% 이상이 1인 거주인 5평짜리 빈민아파트를 신축하는 절차를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다"며 "이런 주택이 허가되고 신축되면 우리 아파트는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된다"고 주장했다.
주민들이 막대한 피해의 사례로 아파트 가격 폭락, 교통 문제, 조망권·일조권 훼손, 빈민 지역 슬럼화, 우범지역화 등을 들었다. 연약 지반에 지하 6층 깊이까지 굴착하면 안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도 주장했다.
서울시는 영등포구청역 인근에 지하 5층∼지상 19층 건물 2개 동을 신축해 역세권 청년주택으로 운영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 아파트에 사는 주민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안내문이 붙은 사실을 전하자 인터넷에서는 주민들의 행동이 도를 넘은 게 아니냐는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이 주민은 "영등포구청역 인근 하이마트 부지에 청년 임대주택이 들어선다고 하는데, 제가 사는 아파트에서 반대 비상대책위원회라는 것이 만들어져 말도 안 되는 논리로 주민들을 선동하고 서명을 받고 있다"며 "청년세대에게 최소한의 주거 문제를 해결해주기 위한 사업인데, 격려와 위로는 못 해줄망정 기성세대의 끝없는 욕망에 눈이 멀어 어찌 이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고 밝혔다.
역세권 청년주택은 서울시가 민간 사업자에 건물 용적률 완화, 세금 감면 등 혜택을 주면 민간 사업자는 공공 및 민간임대주택을 지어 청년층에게 우선 공급하는 정책이다. 서울시는 이들 임대주택의 10∼25%를 기부채납 방식으로 확보해 주변 시세보다 수준으로 청년층에게 임대한다.
서울시는 2022년까지 역세권 청년주택을 총 8만호 공급할 계획이다.
앞서 이랜드가 사옥 터인 마포구 창전동에 짓는 역세권 청년주택과 신림역 청년주택 등 다수의 청년주택 사업이 인근 주민들의 거센 반대로 몸살을 앓았다.
신림역 역세권 청년주택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지난해 9월 25일 서울시장을 막아서며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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