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식 금감원장, 구조조정에 원칙론…재벌엔 '강성'
(서울=연합뉴스) 박용주 기자 = 김기식 신임 금융감독원장은 기업구조조정에는 원칙론을 강조했고, 재벌 개혁 문제에는 강한 개혁 성향을 보여왔다.
김 원장의 시각이 향후 금감원 운영에 상당히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경제 현안과 관련한 김 원장의 최근 견해는 경향신문의 '김기식 칼럼'에서 확인할 수 있다.
현직 더미래연구소장이자 19대 국회 정무위 더불어민주당 간사를 지낸 김 원장은 지난해 9월 이후로 9차례에 걸쳐 게재했다.
◇ "법정관리 주저하면 안돼. 누군가는 손에 피 묻혀야"
기업구조조정 이슈에는 원칙론을 강조했다. 3월에 기고한 '부실기업은 모두 살려야 하는가'라는 칼럼에서 "웬만한 기업이 위기에 직면하면 정부를 탓하며 정책적 자금지원을 하라는 소리가 쉽게 나오는데 이제 그런 시대는 끝내야 한다"면서 "시장과 법률에 의한 구조조정 원칙을 확립해야 한다. 법정관리를 주저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김 원장의 이런 발언은 성동조선을 법정관리로 보내고 STX조선에 사업재편과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부과한 정부의 최근 기업구조조정 방안과 맥이 닿는다. 생존 가능성이 없다면 지원도 없다는 강경한 원칙론이다.
김 원장은 다른 칼럼에선 한국GM과 금호타이어 등 구조조정 이슈에 "고통과 희생이 수반되지 않는 구조조정은 없다. 속된 말로 누군가 손에 피를 묻히지 않고서는 제대로 일을 처리할 수 없다. 손수건 돌리기는 이제 그만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다만 원칙론에 입각한 김 원장의 구조조정 철학이 실제 그대로 현장에 적용될지는 지켜봐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기업 구조조정시 산업 측면을 더 살펴야 한다는 원칙에서 콘트롤타워를 산업통상자원부로 옮긴 이후 금융위원회나 금감원의 역할이 상당 부분 줄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경남기업에 특혜성 자금지원을 하도록 금융기관을 압박했다는 혐의로 김진수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가 일부 유죄 판결을 받자 금감원 직원들의 사기가 매우 떨어졌다.
◇ 지배구조개선·금융그룹통합감독서 재벌 견제 나설 듯
김 원장은 재벌개혁 이슈에는 매우 강경한 입장을 견지해왔다. 공정 당국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있다면, 금융당국에 김기식 금감원장이, 그리고 정점에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삼각편대를 구축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김 원장은 '한국 금융산업의 미래'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한국 금융산업이 발전하지 못한 것을 두고 "오랜 관치와 함께, 재벌과 은행 중심 금융산업구조에 근본 원인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재벌 계열 2금융 회사에는 "계열사가 몰아주는 자금의 운용 수수료만으로도 수익이 보장된다. 속된 말로 등 따뜻하고 배부르니 현실에 안주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라고 비판했다.
재벌계 금융투자·신용카드·보험사 관련한 이와같은 인식은 최근 발표된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방안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금융사 지배구조 개선방안에 따라 2년마다 시행되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강화됐다. 일례로 삼성생명의 경우 최대주주인 이건희 삼성 회장뿐 아니라 이 회장의 특수관계인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심사 대상이 된다.
금융그룹 통합 감독 역시 재벌을 상대로 금융당국 견제가 가시화되는 부분이다.
금융계열사를 그룹 자금줄로 이용하려는 유인을 없애고 기업집단 소속 금융그룹 동반부실 위험을 예방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되는 통합 감독 대상으로는 삼성과 한화, 현대차, DB, 롯데 등 5개 재벌계 금융그룹과 교보생명, 미래에셋 등 2개 금융그룹의 97개 계열 금융사가 포함된다.
당국은 금융그룹 자본 적정성을 산정할 때 금융계열사 간 출자(순환출자 포함)분을 적격자본에서 빼고, 모회사 차입금을 활용한 계열사 자본 확충 등은 필요자본에 차감 반영할 예정이다.
금융그룹의 통합위험을 주기적으로 평가·관리하는 차원에서 ▲ 그룹 계열사에 대한 총 익스포저 ▲ 그룹 계열사 간 내부거래 비중 ▲ 특정 산업부문에 대한 총 익스포저 등 내용을 들여다볼 수 있게 된다.
김 원장이 19대 국회의원 재직 당시 기업의 지배권 강화 목적의 자사주 취득 제한을 막거나, 보험업법상 자산운용규제때 공정가치(시가)를 반영하도록 하는 제도 개선을 추진한 것도 삼성 등 재벌에 대한 견제 강화를 예고하는 대목으로 해석되고 있다.
보험업법상 자산운용규제 개선안은 삼성의 지배구조 문제를, 자사주 취득 제한은 재벌의 경영권 승계 문제를 짚는 법안이나 당시에 관철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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