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 사태 극적 반전…법정관리 문턱서 물러선 노조
오늘밤 자율협약 종료 앞두고 노조 찬반투표 수용…매각 찬성 기울듯
찬성 가결되면 긴급 유동성 지원…더블스타, 채권단과 투자계약 체결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기자 = '금호타이어[073240] 사태'의 극적 반전 가능성이 커졌다. 자율협약(채권단 공동관리)이 종료되는 30일 자정을 앞두고서다.
금호타이어 노조는 이날 오전 집행부 회의에서 중국 더블스타로의 매각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를 수용하기로 했다. 노사는 이어 광주시청에서 정부·채권단 인사들과 만나 투표 절차 등을 논의 중이다.
앞서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의 이동걸 회장은 지난 26일 더블스타 자본 유치에 대한 금호타이어 전체 직원의 찬반투표를 최후의 교섭안으로 제시한 바 있다.
더블스타로의 매각에 반대하면서 찬반투표도 일언지하에 거절했던 노조는 이날 총파업 집회에서 수용 의사를 밝혔다.
이날까지 매각에 합의하지 않을 경우 자율협약은 자동 종료되고, 다음 달 2일 기업어음(CP) 만기에 앞서 사측이 법원에 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할 수밖에 없다는 압박감에 노조가 물러선 것으로 보인다.
법정관리는 곧 회사 청산을 의미하고, 대량 실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은 노조에도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특히 청와대가 "대통령의 뜻"이라며 "정치 논리로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게 결정타로 작용했다.
노조는 일단 찬반투표를 거쳐 매각 찬성 여부를 정하겠다고 했지만, 전후 사정을 고려하면 찬성 가결될 가능성이 크다. 법정관리의 문턱에서 더블스타 매각으로 급선회하는 셈이다.
매각 찬성으로 투표 결과가 나오는 즉시 채권단과 더블스타는 투자 관련 본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일 산업은행이 밝힌 대로 더블스타가 6천463억원을 제3자 유상증자 형태로 투입하는 것이다.
더블스타는 계약금으로 323억원을 먼저 지급한다. 채권단은 이와 별도로 금호타이어에 신규자금 2천억원을 시설자금 용도로 투입한다.
금호타이어 직원들이 석 달째 급여를 받지 못할 정도로 유동성이 말라붙은 데다, 다음 달 2일에는 CP 270억원, 5일에는 회사채 400억원의 만기가 차례로 돌아와 긴급 자금수혈이 필요하다는 게 채권단의 설명이다.
채권단이 보유한 채권에 대해선 금리를 낮추고 만기를 연장하는 등 정부와 채권단이 할 수 있는 모든 지원을 하겠다고 이날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관계부처 장관들이 공언했다.
이날 광주를 찾은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노사와 채권단이 고통을 분담하고 힘을 모으면 정부도 채권금융기관과 함께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경영이 가능토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급한 불'을 끄는 것과 별개로 금호타이어의 경영정상화를 위한 노사와 채권단의 움직임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산업은행과 노조는 지난 23일 광주에서 이뤄진 비공개 회동에서 ▲더블스타 자본유치 수용 ▲경영 정상화 및 장기 발전방안 수립 등을 위한 미래위원회 공동 구성 ▲자구계획의 조속한 합의 등의 내용을 담은 공동선언문 발표 등에 합의했다.
이 자리에는 장차 금호타이어 주인이 될 더블스타의 차이융썬(柴永森) 회장도 배석, 합의 내용을 구두로 담보했다는 게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의 설명이었다.
우리사주조합이나 개별 임직원에 대한 스톡옵션 부여, 우리사주조합에 대한 사측의 자사주 출연 등에 대한 협의도 구체화한다. 이는 금호타이어의 경영을 정상 궤도에 올려놓기 위한 유인장치 역할을 할 것으로 이 회장은 기대한 바 있다.
금호타이어 부실의 시발점이 됐던 중국 법인의 정상화도 더블스타 자본유치로 시동을 걸 것으로 산업은행은 내다봤다.
더블스타는 중국에서 트럭·버스용 타이어(TBR) 판매 3위 업체다. 금호타이어는 승용차용 타이어(PCR) 생산에 경쟁력이 있다.
두 회사의 강점이 중국 시장에서 상호 보완 작용을 하면서, 더블스타가 중국에 보유한 4천500개 판매망과 현지 자동차 메이커 수주 지원으로 금호타이어의 중국 내수 판매가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게 산업은행의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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