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때 2연대, 산에 간 친척 머리 잘라 거리에 매달아"
제주 서귀포 출신 송복희 할머니, 당시 참혹상 증언
(제주=연합뉴스) 고성식 기자 = "전봇대에 잘린 머리가 매달려 있었습니다. 며칠 동안 달아맸는지 모르겠습니다."
30일 오후 제주도문예회관 소극장에서 4·3 제70주년 희생자 추념일을 앞두고 열린 증언 본풀이 마당에 나온 송복희(87) 할머니는 4·3 당시 국군 2연대가 저지른 참혹한 살상에 대해 조심스럽게 입을 얼었다.
당시 서귀면 서귀리에서 태어난 송 할머니는 열여섯 살이던 1948년 어느 날 2연대가 친척 송태삼 등 여러 명의 목을 자른 후 머리를 거리의 전봇대에 걸어 놓은 것을 목격했다.
그는 "아이고∼. 남자는 그 자락(그렇게)은 아닌데 여자는 머리가 귀신 닮았다"라면서 "지금도 무서운 영화 장면을 보게 되면 그때 본 모습이 떠오른다. 정말 무서웠다"고 털어놨다.
2연대가 송태삼 등을 살해한 것은 단지 산간에 갔다는 이유라고 했다. 산간에는 무장대가 숨어 활동하고 있어 동참하거나 협력하면 누구든지 이처럼 처참한 최후를 맞게 될 것이라는 공포를 주기 위해서다.
혼란스러운 사태 속에 집에 불이 난 일도 담담하게 풀어놨다.
그는 "어느 날 아침 8시쯤 총소리가 나서 밖에 나가 보니 도로 옆에 있는 집이 불타고 있었다"면서 "불길이 우리 집으로까지 번졌다"고 말했다.
그는 또 "그때는 비행기가 아침 8시하고 저녁 5시가 되면 빙빙 돌아다녔고 그러던 중 산에서 내려오는 사람들을 향해 비행기에서 기관총을 쐈다"고 말했다.
이어 "친척인 송문희 당시 면장은 추운 겨울 끌려간 뒤 총살당했고 그의 부인도 행방불명됐다"고 덧붙였다.
송 할머니는 4·3으로 인한 혼란으로 서귀포에 더 살 수 없다고 생각해 스무 살 때 일본으로 건너가 현재까지 오사카에 살고 있다.
이날 본풀이 마당에는 제주읍 노형리 출신의 이삼문(79·전남 거주) 할아버지와 제주읍 도노미마을(오라·정실) 출신 양농옥(87·경남 거주) 할머니도 직접 겪은 4·3의 참상을 증언했다.
제주4·3연구소가 주최한 4·3 증언 본풀이 마당은 2002년부터 시작돼 올해로 17회째다. 4·3의 역사적 사실을 경험한 이들의 증언을 듣고 아픈 마음을 나누는 자리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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