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엔 국영수뿐?…"디지털포렌식·빅데이터·AI도 배워요"
서울교육청, 8개 신설과목 승인…"시대 변화상 투영"
지난해 사회적경제·스토리텔링 과목 생기기도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머신러닝, 빅데이터, 디지털 포렌식, 가상현실(VR) 등 첨단기술을 중·고등학교 교육과정에 바로 반영할 수 있을까.
학교가 학생들에게 '국영수'처럼 국가차원 교육과정에 정해진 과목만 가르쳐야 하는 것은 아니다. 첨단기술 등 새로운 분야를 교육할 필요가 있다면 각 학교는 교육감 승인을 받아 새 교과목을 개설할 수 있다.
이러한 '신설교과목'을 보면 시기별 첨단기술과 유행이 보인다.
서울시교육청은 빅데이터 분석, 머신러닝, 디바이스 프로그래밍, 가상현실 콘텐츠 제작, 디지털포렌식 프로세스 등 8개 전문교과를 2018학년도 전반기 신설과목으로 승인했다고 1일 밝혔다.
빅데이터 분석과 머신러닝은 자료를 수집해 '빅데이터'를 만든 뒤 이를 분석하고 인공지능(AI)에 학습시키는 기술을 익히는 게 목표다.
디바이스 프로그래밍은 스마트워치 등 웨어러블기기나 사물인터넷(IoT)기기 등 하드웨어를 제어하는 프로그램인 펌웨어 개발을 다루고, 가상현실 콘텐츠 제작 과목은 게임 등에 활용될 수 있는 VR 콘텐츠를 기획하고 직접 구현하는 법을 가르친다.
디지털 포렌식 프로세스 과목에서는 범죄수사를 위해 컴퓨터나 스마트폰에 남은 이용기록을 확보하는 기술 학습이 이뤄진다.
신설과목 대부분은 특성화고나 마이스터고에서 수업을 위해 개설을 신청한다.
하지만 교육감 승인이 내려진 만큼 다른 학교에서도 가르칠 수 있다.
유망한 미래산업 분야인 AI와 관련된 머신러닝이나 사이버범죄와 연관성이 있는 디지털 포렌식처럼 신설과목에는 우리 사회가 미래인재에게 요구하는 사항이 반영된다.
2014학년도에는 이름조차 생소한 '캡스톤설계'라는 과목이 신설되기도 했다.
서울로봇고등학교가 운영하는 캡스톤설계는 산업체의 로봇개발과정에 맞춰 학생들이 직접 로봇을 설계하고 제작하는 시간이다.
같은 해 '해외건설 지역의 문화'라는 과목도 만들어졌다.
국내 유일 해외건설·플랜트 마이스터고인 서울도시과학고에서 가르치는 과목으로 학생들이 졸업 후 해외건설현장에서 관리자로 일할 때 현지문화나 관행을 몰라 실수하는 일이 없도록 각 지역 특수성을 소개한다.
2012학년도에는 '마이스(MICE) 실무'라는 과목이 생겼다. 당시 국제회의나 포상관광, 컨벤션 등을 유치해 수익을 내는 MICE 산업이 유망산업으로 떠오르기 시작한 것과 무관치 않다.
첨단기술·산업과 관련된 과목만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에는 '사회적경제'와 '호모스토리텔리쿠스'라는 과목이 신설됐다.
사회적기업이나 협동조합 등을 가르치는 사회적경제 과목은 시장과 정부가 해결하지 못하는 경제문제를 시민연대로 풀어내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목표다.
서울시와 서울시교육청이 만든 이 과목을 두고 일각에서는 "자유시장경제를 악으로 묘사했다"고 주장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호모스토리텔리쿠스는 '이야기를 재밌게 하는 법'을 가르치는 과목으로 서울시교육청은 "AI 시대가 본격화하면 정보의 생산·전달은 기계의 몫이 되고 '스토리텔링'이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중요한 일로 부상할 것"이라고 개설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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