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리다 총격범에 100여통 응원편지…"사회병리 현상인가"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옥철 특파원 = 지난달 14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 주 마조리 스톤맨 더글러스 고교에서 AR-15 반자동소총을 난사해 학생과 교사 17명의 목숨을 앗아간 총격범 니콜라스 크루스(19)에게 100통 넘는 응원편지(팬메일)가 도착했다고 CNN이 29일 보도했다.
CNN은 "킬러에게 전달된 괴상한 메시지들이 쌓여있다"면서 미 전역을 총기 규제 시위로 들끓게 한 참극의 장본인에게 이례적으로 많은 편지가 답지하자 전문가들도 의아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크루스는 모두 34건의 일급살인 및 살인미수 혐의로 플로리다 주 브로워드 카운티 교정시설에 보석 불가 조건으로 구금돼 있다.
CNN은 크루스에게 미국뿐 아니라 유럽에서도 편지가 도착했다고 전했다.
여성과 소녀들이 많고 성인 남성이 보낸 편지도 있다. 카드에 글씨로 쓴 편지도 있고 그럴듯한 편지지에 인쇄한 내용도 들어있다고 한다.
일부 편지에는 외설적인 포즈를 취한 여성 사진도 들어있다고 교정당국은 전했다.
뉴저지에 있는 걸스카우트 대원들이 보낸 편지에는 "신이 당신을 용서하길 빈다"는 내용이 적혔다.
크루스를 대리하는 국선변호인은 "100∼200통의 편지가 온 것 같다"면서 "하지만, 현재 크루스는 자살 위험군의 감시 대상 수감자로 분류돼 있어 종교적 내용의 편지 외에는 본인에게 전달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크루스를 동정하는 편지에 대해 심리치료학자인 로비 루드비크 박사는 "사람들 중에는 극악한 범죄를 저지른 피고인의 입장에 동조하는 경향을 보이는 이들이 있다"면서 "'불쌍한 영혼을 내가 고쳐줄 수 있다'거나 '당신의 삶에 중요한 내가 있다'는 식으로 의사표현을 하는 현상"이라고 해석했다.
루드비크 박사는 사회병리적 측면에서 또 다른 풀이가 가능하다면서 "편지를 보낸 이들이 대부분 위험에 노출돼 있거나 그 자신이 위험한 인물일 수 있다. 그들은 폭력에 둔감하고 폭력 속에서 자라났기 때문에 크루스와 같은 총격범에게 동질감을 느낄 수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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