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비핵화 우리 입장 강하게 안하면 공 미국에 넘어가"
남북정상회담서 비핵화 입장 분명히 해야 한다는 점 강조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오는 4월 27일 열릴 남북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비핵화 원칙을 확고히 해야 한다는 입장을 30일 밝혔다.
반기문 전 총장은 이날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ROTC 중앙회 조찬 포럼에 참석해 '비핵화와 한반도 정세'라는 제목으로 한 강연에서 "남북정상회담은 잘 돼야 한다"며 "비핵화에 대한 우리 입장을 분명히, 강하게 하지 않으면 볼(ball, 공)이 미국에 넘어가 우리의 주도권이 없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 핵문제는 미북 간 문제만은 아니고 기본적으로 대한민국의 문제"라며 "미북 간 문제로 생각한다면 그것은 잘못이다. 기본 태도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 전 총장은 강연 직후 청중의 관련 질문에 대해서도 "남북 협상을 할 때 제가 문재인 대통령의 스탠스를 가늠할 수는 없지만, 여러 가지 남북 간 델리키트한(delicate, 미묘한) 관계를 감안해 약간 '소프트 터치'로 비핵화를 다룰 가능성이 없지 않아 있다고 추측하는데 틀리길 바란다"고 답했다.
그는 "그러면(남북 대화에서 비핵화 문제를 가볍게 다루면) 안 된다"며 "외교에 있어 원칙을 강하게 주장해 일관되게 가는 사람이 결과적으로 승리한다"고 강조했다.
반 전 총장은 비핵화에 대한 남북 간 관점 차이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시했다.
반 전 총장은 "우리가 말하는 비핵화는 핵 폐기"라며 "북핵을 다 폐기하라, 그러면 그에 상응하는 여러 조치를 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이 과거 비핵화에 관해 '핵무기 사용권을 가진 주한미군이 철수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며 "(미국의) 핵 항공모함이 많은 핵무기를 탑재하고 다니면 그런 것도 (한국에 들어오는 것을) 일체 막겠다, 그게 북한이 말하는 비핵화"라고 부연했다.
또 "문재인 대통령이 '신뢰를 갖고 하자'며 트러스트(trust, 신뢰)를 전제로 했는데 지금은 다우트(doubt, 의심)도 갖고 따져야 한다"며 "우리가 이런 문제를 소신을 갖고 하는지 약간 걱정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반 전 총장은 북중 정상회담에 대해서는 "북한도, 중국도 필요했을 것이고 장기적으로 우리가 추구하는 목적에도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이어 "한 가지 걱정은 중국이 이 문제에서 이제까지 가져온 태도에 약간 완화를 해 제재에 구멍이 생긴다든지 이렇게 될까 걱정이 되는 면이 없지 않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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