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선, 현대로보틱스 5% 취득…현대중공업그룹 승계 '신호탄'
부친 정몽준 증여 3천억원 등 재원…"법에 따라 증여세 완납할 것"
주요 그룹 중 역대 2위권 증여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기자 =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이 현대중공업그룹의 지주회사 현대로보틱스(사명 '현대중공업지주'로 변경 예정)의 지분 5%를 확보했다.
최대주주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현대로보틱스 지분율(25.8%)보다는 여전히 낮지만, 재계에서는 현대중공업그룹의 경영권 승계 작업이 사실상 시작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현대로보틱스와 KCC는 29일 공시를 통해 정기선 부사장이 KCC가 보유한 현대로보틱스 주식 5.1%(83만1천주)를 3천540억원에 매입했다고 밝혔다.
정 부사장은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손자이자 정몽준 현대중공업 대주주의 장남으로, 현대중공업그룹으로서는 '오너 3세'에 해당한다.
그는 2009년 현대중공업 재무팀에 대리로 입사했다가 같은 해 미국으로 건너가 스탠퍼드대 경영학 석사(MBA) 과정을 마쳤다. 이후 보스턴컨설팅그룹에서 컨설턴트로 일하다 2013년 6월 현대중공업에 다시 들어왔다.
2015년 1월 상무, 2016년 1월 전무(선박영업부문장)로 잇따라 승진한 뒤 재입사 4년만인 지난해 11월 부사장(선박영업부문장과 기획실 부실장 겸임) 자리에 올라 경영 전면에 나섰다. 2016년 말 분사한 현대글로벌서비스의 대표이사 부사장직도 맡고 있다.
현대로보틱스는 현대중공업그룹의 지주회사인 만큼 지금까지 97주에 불과하던 정 부사장의 지분이 이번 매입으로 5%까지 늘어나는 것은 그룹 경영권 승계와 분리해서 해석할 수 없는 대목이다.
더구나 정 부사장은 이번 지분 매입 대금 약 3천500억원 가운데 대부분인 3천억원을 부친 정몽준 이사장으로부터 증여받은 자금으로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주요 그룹 중에서는 지난 2006년 9월 부친 정재은 신세계그룹 명예회장으로부터 신세계 주식을 84만주(당시 주가 기준 약 3천914억원어치·재벌닷컴 추산)를 증여받은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이후 가장 큰 증여액으로 추정된다.
현대중공업그룹 관계자는 "3천억원에 대한 증여세는 물론 법과 규정대로 모두 완납할 예정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번 증여 규모가 3천억원이라면, 50% 세율에 따라 정 부사장이 납부할 증여세만 1천5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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