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총리 '빅브라더' 구설…앱으로 국민 사생활 훔쳐봤나

입력 2018-03-29 16:14
수정 2018-03-29 17:03
인도총리 '빅브라더' 구설…앱으로 국민 사생활 훔쳐봤나



美 데이터회사에 정보유출 의혹…"사용자 사진·영상 등에도 접근"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 나렌드라 모디 인도총리가 '인도판 페이스북 스캔들'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페이스북이 미국 대선판에 회원 정보를 유출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면, 모디 총리는 개인 앱이 사용자의 정보를 몰래 수집했고 관련 정보가 외부로 흘러나갔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호재를 만난 야당은 이를 정치 공세의 도구로 요긴하게 써먹고 있다. 여당은 긴급 진화에 나섰지만 의혹은 갈수록 커지는 분위기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29일 '모디 총리의 개인 앱이 인도 개인정보 관련 논쟁에 불을 댕겼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이 같은 최근 인도 분위기를 분석했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모디 총리는 2014년 총리로 취임한 이듬해 '나모(NaMo)'라는 이름의 스마트폰용 공식 앱을 선보였다.

모디 총리 측은 이 앱을 통해 지지자들과 교감했다. 여러 활동을 홍보했고 지지자들의 아이디어와 반응도 살펴봤다.

다운로드 수도 많았다.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만 500만건이 넘었다. 일부 저가 휴대전화의 경우 출시될 때 미리 탑재되기도 했다.



문제는 지난주 한 보안 전문가가 트위터를 통해 나모 앱이 개인 이용자 정보를 무단으로 클레버탭이라는 제3의 미국 데이터 분석회사에 넘겼다고 폭로하면서 불거졌다.

이어 현지 일간 인디언익스프레스는 나모 앱이 기본 모드로 세팅돼 있을 경우 사용자의 사진, 영상, 위치, 음성 녹음 파일 등에까지 접근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자 인도 제1야당 인도국민회의(INC) 총재 라훌 간디는 "모디 총리는 인도인을 염탐하려는 '빅 보스'(Big Boss)"라고 강력하게 비난하고 나섰다.



이에 모디 총리가 이끄는 집권 국민당(BJP)에서 정보기술을 책임지고 있는 아미트 말비야는 그런 주장은 적절하지 않다고 반발했다.

말비야는 "라훌 간디는 기술적인 분야의 '문맹'"이라며 "모바일 앱이 사용자에게 카메라 등과 관련한 접근 허락을 요구한다는 것은 휴대전화를 쓰는 이라면 누구나 아는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렇다면 그런 허락을 요청하는 앱들은 모두 염탐하기 위한 것이냐"고 되물었다.

이와 관련해 인도에서는 정부에 적용되는 개인정보 관련 법이 매우 허술하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인도에서는 기업과 연관된 정보보호 법규정만 있을 뿐 정부나 정당의 활동에 대해서는 관련 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인터넷 분야 비영리 연구기관에서 일하는 수닐 아브라함은 "누군가 나를 훔쳐본다는 점보다도 이와 관련한 증거가 아직 없다는 점에 대해 사람들이 더 화를 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나모 앱이 얼마나 많은 데이터를 수집했는지 등은 전혀 알려지지 않은 상태다.

한편, 이처럼 개인정보 유출 논란이 고조되는 가운데 인도 정부는 페이스북과 관련한 자국 이용자 정보유출 유무를 조사하고 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인도 전자정보기술부는 페이스북에 인도 국민의 개인정보를 선거에 이용한 적이 있는지 다음 달 7일까지 답변하라고 요청했다.

이에 앞서 전자정보기술부는 페이스북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미국 대선 선거 전략에 이용한 것으로 알려진 영국 데이터 분석회사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CA)'에도 관련 질문에 대해 오는 31일까지 답을 달라고 했다.

cool@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