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수 천사' 이재형 씨 40년간 헌혈 300회 최고명예대장
고등학생 때 처음 시작, 각종 봉사활동에도 솔선수범
(부산=연합뉴스) 김재홍 기자 = 매년 여름 폭염 속에 택배 기사나 집배원에게 자비로 마련한 얼린 생수를 무료로 나눠주는 한 부산시민이 300회 헌혈에 동참하는 기록을 세웠다.
이재형(58) 씨는 29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 서면헌혈의집에서 생애 300회째 헌혈을 했다.
이 씨는 지역에서 함께 봉사활동을 하는 동료들의 축하 속에 "고등학생 때 시작한 헌혈을 계속하다 보니 벌써 중년의 아저씨가 됐다"며 밝게 웃었다.
떡집을 운영하는 이씨가 처음 헌혈을 시작한 건 40년 전인 고등학교 2학년 때다.
부산의 한 백화점 옆을 걷던 이 씨는 헌혈차량 창문에 붙은 '혈액이 많이 모자랍니다. B형 혈액형 급구'라는 문구를 보고 주저 없이 헌혈차량으로 들어갔다.
이 씨는 "마침 혈액형이 B형이라서 도움이 필요하다는 말을 보고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렇게 시작한 헌혈은 군대에 가서도,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계속돼 40년 넘게 꾸준히 이어졌다.
이 씨는 헌혈을 하려고 이미 30여 년 전에 술도 끊었다. 전날 술을 마시면 그 다음 날 헌혈을 못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시작한 헌혈은 같은 뜻을 가진 사람들과 헌혈 봉사단체를 만들기에 이르렀다.
이 씨는 헌혈을 많이 한 친구들과 그 지인들을 중심으로 '수호천사봉사단'을 조직해 지역의 백혈병 환자들을 위한 혈소판 지원 활동을 하고 있다.
500명이 넘는 회원들은 지역 내 주요 병원에서 긴급하게 혈액이 필요하다는 요청이 오면 바로 헌혈에 나서거나 헌혈증을 기부한다.
이 씨와 회원들은 '헌혈 5분 대기조'나 '헌혈 특공대'로 불린다.
이 씨는 헌혈 외에도 부산진구 초록봉사단 단장으로 연탄기부나 농촌 일손돕기 등 각종 봉사활동에 솔선수범하고 있다.
매년 여름이면 자신의 아파트 경비실에 찾아오는 택배기사나 집배원들이 폭염 속에 진땀을 흘리는 게 안타까워 자비로 사 직접 얼린 생수를 무료로 나눠주는 활동도 하고 있다.
이씨가 이런 선행을 시작한 이후 후원의 손길이 이어졌고 비슷한 활동이 지역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이 씨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무언가 나눠줄 수 있는 게 삶의 가장 큰 기쁨"이라고 말했다.
부산적십자사는 이 씨를 헌혈 유공자로 인정해 이날 '최고명예대장'을 수여했다.
적십자사는 헌혈 100회 달성자에게 명예장, 200회 달성자에게 명예대장, 300회 달성자에게 최고명예대장을 각각 수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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