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민족 몰표받은 미얀마 새대통령 윈 민트, '구원 투수' 될까

입력 2018-03-29 10:55
소수민족 몰표받은 미얀마 새대통령 윈 민트, '구원 투수' 될까



(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법률 전문가이자 30년 경력의 정치 원로인 윈 민트(66) 전 하원의장이 새 대통령으로 선출되면서, 아웅산 수치가 주도하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 정부의 개혁과제에 숨통이 트일지 주목된다.

29일 현지 언론과 외신 보도에 따르면 전날 치러진 미얀마 의회의 대통령 선출 투표에서 윈 민트는 전체 636명의 투표 참여 의원 중 403명의 지지를 받아 제10대 대통령으로 뽑혔다.

이는 지난 21일 전격 사임한 틴 초(71) 전 대통령이 2년 전 당선될 당시 받았던 360표보다 43표나 많은 것이다.

특히 여당인 NLD 소속 의원이 387명인 점을 고려하면, 윈 민트 당선인은 군부 소속 의원과 군부 측 정당인 통합단결발전당(USDP) 의원들을 제외한 소수민족 정당의 몰표를 받은 셈이다.

일간 미얀마 타임스는 이처럼 소수민족 정당들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윈 민트 당선인이 실권자 아웅산 수치의 '꼭두각시'로 불렸던 전임자보다 훨씬 더 강력한 권한을 갖게 되리라 전망했다.

소수민족 반군과 정부군 간의 끊이지 않는 내전과 이슬람계 소수민족인 로힝야족 유혈사태 등으로 복잡한 정국에서 능력이 있는 지도자로 불리는 윈 민트에게 거는 기대가 대선 투표 결과로 나타났다는 해석이다.

북부 친 주(州)를 기반으로 한 소수민족 정당인 조미민주회의(ZCD)의 친 은가익 만 의원은 "대통령 당선인은 소수민족 문제에 해박하다. 그가 올바른 방향의 결정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NLD 소속의 세인 윈 하원의원도 "그가 내전이나 민족갈등에 대해 올바른 결정을 내릴 것으로 기대한다. 그리고 변화도 가져올 것으로 예상한다"며 "농민들을 위해 일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윈 민트 당선인이 앞으로 3년간 추진해야 할 과제는 산더미다.

특히 수치의 대통령 출마를 막고 있는 것은 물론 미얀마 개혁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헌법 개정은 윈 민트가 가장 큰 공을 들여야 할 숙제다.

NLD와 민주화 운동 세력은 이미 지난 2014년 국민 500만 명의 서명을 받아 개헌을 추진했지만, 개헌 요구는 의회에서 묵살됐다. 수치의 NLD 정부 출범후 개헌 작업을 주도했던 이슬람교도 출신의 법률자문 코 니 변호사는 양곤 공항에서 대낮에 총격을 받아 숨졌다.

실권자 수치가 집권 후 최대 역점사업으로 추진해온 소수민족과의 화해와 평화협정 체결 문제도 윈 민트 당선인이 결과물을 내야 하는 과제다.

틴 초 대통령 재직 중 두 차례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회의가 열렸고 일부 소수민족 반군과 단체가 협정에 서명했지만, 최대 반군조직인 와주연합군(UWSA)과 카친독립군(KIA) 등은 정부군과 대치하며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다.

평화협정에 서명한 소수민족 단체 카렌민족연합(KNU)의 파도 소 체 부의장은 "지금까지 현 정부에서는 평화협상에 진전이 전혀 없었다. 새 대통령에게 충분한 권한을 줘 평화협상에 진전이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그동안 정치, 경제, 사회적인 변화를 일궈내지 못한 수치 중심의 폐쇄적이고 수동적인 정부에 변화가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BBC 국제뉴스 에디터 출신의 미얀마 전문가인 래리 자간은 "수치는 미얀마 경제를 부흥하는 한편 소수민족과의 화해와 평화를 이루기 위해 좀 더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야 한다"며 "최측근으로 불리던 틴 초 전 대통령이 물러난 것도 이런 변화의 필요성을 암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묘 윈트 NLD 대변인은 "수치 여사의 영향력 때문에 윈 민트 대통령이 권한을 행사할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수치는 남은 3년간의 정부 임기 동안 효율적인 통치를 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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