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학생부 개선방안 국민에 'SOS'…정책숙려제 첫 대상

입력 2018-03-29 12:00
교육부, 학생부 개선방안 국민에 'SOS'…정책숙려제 첫 대상

유치원 영어금지 등도 숙려제 실시…"중심 못잡고 면피용 도입" 지적



(세종=연합뉴스) 고유선 기자 = 교육부가 올해 초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던 학교생활기록부 신뢰도 제고 방안을 '정책숙려제' 대상 1호로 정했다.

교육부는 숙려제 대상 선정위원회를 열고 학생부 기재요소를 정비하는 신뢰도 제고 방안을 첫 국민참여 정책숙려제 대상으로 결정했다고 29일 밝혔다.

숙려제는 교육부가 잇단 정책 혼선으로 비판받자 올해 1월 들고나온 대안이다.

국민 관심이 높은 정책이나 발표 후 심각한 갈등이 예상되는 정책의 경우, 발표 전 충분한 시간을 두고 의견수렴을 하고 토론 등을 통해 대안 모색을 위한 창구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학교 현장에서는 현행 학생부 기록 체계가 과도한 경쟁과 사교육을 유발하는 것은 물론, 기재 과정에서 공정성과 형평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지난해부터 학생부 기록 방식을 개선하기로 하고 정책연구를 해 왔다.

교육부는 "방안을 확정하기 전 많은 국민이 참여해 논의할 수 있도록 다음 달 구체적인 숙려제 운영 방안을 정리한 소통계획을 정해 발표할 것"이라고 전했다.

올해 하반기에는 영어수업 금지 검토로 논란이 됐던 유치원 방과 후 활동 개선안, 가해 학생에 대한 학생부 기재범위 조정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학교폭력 관련 제도 개선안도 숙려제를 적용할 예정이다.

이날 교육부가 함께 내놓은 숙려제 세부방안에 따르면 숙려제는 ▲ 안건 발굴 ▲ 선정위원회 심의 ▲ 소통계획 수립 ▲국민 의견수렴 ▲ 정책 결정 등 5단계로 나뉘어 진행된다.

안건이 정해지면 의견수렴 방안 등을 포함한 소통계획을 세워 발표하고, 국민이 직접 학습·토론 과정을 거쳐 정책 대안을 만들어 정부에 권고하는 식이다.

교육부는 다음 달 국민 소통 누리집인 '온-교육'에 학생부 정비 방향에 따른 장·단점 분석 등 전문가 의견을 포함한 자료를 게시하고 온라인 토론장을 만들 예정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교육부가 정책 수립·집행 과정에서 제대로 중심을 잡지 못하고 혼선을 빚자 책임을 피하려고 '면피용' 제도를 시행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학수학능력시험 절대평가 전환이나 유치원 방과 후 영어 특별활동 금지 등 논란이 컸던 교육정책은 뾰족한 대안 없이 무리하게 추진한 것이 문제지 여론이 불투명하거나 의견수렴 창구가 없는 것이 문제가 아니었다는 견해가 많다.

특히 학생부 신뢰도 제고 방안은 지난해 8월 수능 개편이 연기됐을 때부터 교육부가 고민해 온 사안이다.

10개인 기재 항목을 7∼8개로 줄이고 글자 수를 제한하는 한편, 소논문·자율동아리 활동 등 세부항목을 없애는 방안이 검토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여론 수렴 기회가 적지 않았음에도 발표 시점이 임박하자 숙려제 대상으로 선정한 것은 국민 비판을 피하기 위해서라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그간 국민과의 소통이 부족해 교육정책 추진 과정에서 많은 갈등이 있었지만 이제는 정책 결정 체계를 혁신할 것"이라며 "국민이 적극적으로 동참해주기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cin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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