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항공사 "사우디 통과 인도 직항기 안돼" 소송
엘알항공, 대법원에 정부 제소…가격 경쟁력 약화 우려
(카이로=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 최근 인도 국영 항공사인 에어인디아가 사우디아라비아 영공을 통과해 이스라엘로 가는 직항편 운항을 개시하자 이스라엘 항공사가 울상을 짓고 있다.
이스라엘 국적항공사인 엘알항공은 28일(현지시간) 정부를 상대로 에어인디아의 이스라엘 직항편 운항을 취소하도록 요청하는 소송을 대법원에 냈다고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 등 현지언론이 전했다.
에어인디아의 운항 거리가 대폭 단축되면서 이스라엘 항공사가 차별을 받게 됐다는 것이다.
엘알항공의 최고경영자(CEO)인 고넨 우시쉬킨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국가가 엘알항공을 포기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엘알항공은 지난 4년 동안 이스라엘과 인도를 오가는 직항편을 운항한 유일한 항공사였다.
그러나 에어인디아가 지난 22일 사우디 영공을 가로질러 인도 뉴델리와 이스라엘 텔아비브 공항을 오가는 직항편을 개통했다.
이로써 에어인디아는 비행경로 단축으로 이스라엘 노선 비용이 과거보다 47%나 줄게 됐다는 게 엘알항공의 주장이다.
사우디가 아랍 이슬람권의 적대국인 이스라엘로 가는 직항편의 자국 영공 통과를 허용하기는 사상 처음이다.
사우디가 이스라엘로 가는 직항기에 영공을 개방한 것은 이란을 견제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에어인디아 여객기는 사우디를 우회해 홍해와 아덴만을 지날 때보다 비행시간이 2시간 정도 줄었다.
반면 엘알항공은 자사 여객기는 여전히 비행거리가 길어서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게 됐다고 반발했다.
이스라엘과 사우디는 아직 공식적인 외교관계를 맺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이스라엘 여객기가 사우디 영공을 지날 수 없다.
하레츠에 따르면 엘알항공은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자사 여행기도 사우디 영공을 지날 수 있게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더구나 엘알항공은 앞으로 사우디 영공을 거치는 이스라엘 직항편이 더 늘어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최근 야리브 레빈 이스라엘 관광부 장관은 싱가포르 에어라인, 필리핀 항공사 등도 사우디 영공을 통과해 바로 이스라엘로 오는 노선을 이용할 수 있는 방안을 협상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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