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떡펄떡 뛰는 배성우, tvN '라이브' 장악하다
좌충우돌 열혈 경찰 '오양촌' 실감나게 소화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배우들은 그만 보면 웃음이 터져 나오고, 시청자는 그만 나오면 감탄을 토해낸다.
영화에서 '신 스틸러'로 떠오른 배성우(46)가 TV 드라마에서도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tvN 주말극 '라이브'에서 이름도 특이한 '오양촌'을 맡은 그는 펄떡펄떡 뛰는 살아있는 연기로 극을 장악했다.
"배성우 보는 맛에 '라이브' 본다"는 시청평이 이어진다. 그만큼 그는 특이하고 강렬하며 탱탱한 연기를 펼치고 있다.
◇ 독보적인 캐릭터 오양촌…동물같은 감각과 천치같은 한심함 양손에
6회에서 시청률 5%를 넘기며 상승세를 타고 있는 '라이브'에서 오양촌은 독보적인 캐릭터다. 노희경 작가의 사실적이고 담백한 대본이 모든 캐릭터를 고루 따스하게 비추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배성우를 만난 오양촌은 압도적으로 눈길을 끈다.
경찰학교에서 '미친 개'로 불린 독종 교관으로 후배들에게 악명이 높았던 오양촌은 현장에서는 강력사건, 미제사건 해결에 미친 듯이 달려드는 근성과 범인 검거능력을 자랑한다.
하지만 그게 다다. 그는 경찰이 아니면, 범인 검거 현장이 아니면 한심한 인간이다. 가장으로서, 남편으로서, 아빠로서, 아들로서 빵점짜리다. 위계질서 분명한 경찰 조직 안에서도 성질대로 이리 받고 저리 받은 끝에 경감에서 경위로 강등돼버렸다.
배성우는 불같은 성질과 천진난만함을 동시에 안고 있는, 동물 같은 감각과 천치 같은 한심함을 양손에 쥐고 있는 오양촌을 생동감 있게 소화해내고 있다. 당장 무소의 뿔처럼 들이받을 것 같아 불안불안하고 가정사에서는 도무지 대책이 없는 인간이지만, 범죄 현장에서는 영락없는 베테랑이고 경찰의 사명감과 정의감에 있어서는 시비 붙을 지점이 없는 오양촌에게 시청자가 순식간에 감정이입을 하게 만들어버린다.
아쉬울 때는 "누나"라는 호칭이 절로 튀어나오는 연상의 아내 장미(배종옥 분) 앞에서 철부지 동생처럼 떼를 쓰고 악을 쓰는 모습, 장미에게 절대 순정을 바치면서도 어른으로서, 남편으로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평생 고민도, 관심도 없는 오양촌의 모습도 배성우를 만나 흡사 다큐처럼 실감 나게 펼쳐진다.
극중에서는 2살 차이지만, 실제로는 8살이나 많은 배종옥과 부부로 호흡을 맞추면서도 전혀 밀리지 않는 배포와 유연함은 배성우라는 배우의 쓰임이 앞으로도 넓을 것임을 짐작하게 한다.
◇ 능글능글하면서도 독사같은…럭비공 같은 생동감이 무기
2013년 tvN '연애조작단 시라노'에 출연했을 때만 해도 TV 드라마에서 배성우의 존재감은 제로였다. 흔하디흔한 조연 중 한명이자, 무명이었다.
그러나 이후 '인간중독', '베테랑', '더폰', '내부자들', '더킹', '꾼' 등의 영화를 거치면서 배성우는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고 '신 스틸러'라는 애칭도 얻게 됐다.
배성우의 특기는 능글능글하면서도 독사 같은 캐릭터 플레이다. 속에 구렁이 아흔아홉마리가 들어앉은 듯, 유들유들 넉살 좋은 모습과 나비처럼 다가와 벌처럼 뒤통수를 후려치는 모습을 자유자재로 오간다. 여기에 바람이 꽉 찬 럭비공 같은 생동감이 무기다. '무술 유단자' 같은 체형과 개구쟁이 같으면서도 언제든 서늘하게 돌변하는 마스크가 캐릭터의 감정 변화를 생생하게 실어나르며 입체감을 살린다.
'라이브'의 오양촌은 배성우가 영화에서 잠깐씩 보여줬던 조연 캐릭터와 달리 전후좌우 인생 스토리를 장착한 주연이라는 점에서 배성우의 진가를 좀더 확실하게 확인할 수 있는 무대다. 이제는 '신 스틸러'가 아니라, 제대로 된 주연 캐릭터를 긴 호흡으로 표현하는 데 있어서도 손색이 없는 배우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연극판에서 기본기를 단단히 익히고, 태생적으로 얽매이지 않는 자유분방한 기운으로 무장한 이 배우가 '라이브'를 통해 어디까지 보여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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