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성 산불 6개 중 4개 동해안 발생…서울 절반가량 잿더미
1996·2000·2005·2017년…총 산림피해면적 2만9천546㏊
"산불 대형화 대응하려면 인력·장비·시스템 투자 늘려야"
(고성=연합뉴스) 배연호 기자 = 28일 강원 고성에서 발생한 산불이 소중한 산림을 또다시 집어삼키고 있다.
이날 오후 4시 현재 축구장 면적(7천140㎡)의 56배에 달하는 40㏊가 소실된 것으로 추산됐다.
녹색연합 서재철 사무국장은 "1960년부터 반세기 넘게 국민이 땀 흘려 가꿔온 울창한 산림이 산불로 말미암아 잿더미로 변할 때마다 정말 안타깝다"고 말했다.
동해안 주민에게 봄은 '악몽의 계절'과 다름없다.
봄철마다 몰아치는 강풍이 산불 발생 위험을 높이는 데다, 산불이 일단 발생하면 강한 바람을 타고 겉잡을 수 없게 확산하기 때문이다.
이번 고성산불 발생 당시에도 동해안에는 강풍 주의보가 발효된 상태였다.
이날 오전 7시 기준 순간 최대 풍속은 미시령 26.14㎧, 간성 18.74㎧, 속초 17.2㎧를 기록했다.
1996년 고성산불, 2000년 동해안산불, 2005년 양양산불, 2017년 강릉·삼척산불 등 과거 동해안에서 발생한 대형산불 모두 강풍으로 말미암아 엄청난 산림피해가 발생했다.
이들 산불은 산림청 홈페이지에 게시된 우리나라의 재난성 산불이다.
우리나라 재난성 산불 6개 중 4개가 강원 동해안에서 발생했다.
1996년 고성산불은 4월 23일부터 25일까지 사흘간 산림 3천762㏊를 태웠다.
2000년 4월 발생한 동해안산불은 아흐레간 강원 고성·강릉·동해·삼척은 물론 경북 울진 일대 산림 2만3천794㏊를 잿더미로 만들었다.
낙산사를 집어삼켰던 2005년 4월 양양산불 산림피해면적은 973㏊에 달했다.
2017년 5월에는 강릉과 삼척에서 동시에 발생한 산불로 총 1천17㏊에 이르는 산림이 사라졌다.
이들 4번의 산불로 축구장 4만1천380개, 여의도 면적(290㏊)의 102배, 서울시 면적(6만500㏊)의 48.8%로 절반에 육박하는 동해안 녹색지대 2만9천546㏊가 검은 재앙의 땅으로 변했다.
산불 발생 당시 최대풍속은 1996년 고성산불 27㎧, 2000년 동해안산불 23.7㎧, 2005년 양양산불 32㎧, 2017년 강릉·삼척산불 23㎧ 등 평균 26㎧를 넘었다.
산불 후유증도 심각한 재앙이다.
복구비용은 물론 산림 생태계가 산불 이전 상태로 회복될 때까지 잃어버리는 산림의 공익적 가치를 포함하면 금액으로 환산하기 힘든 엄청난 추가 피해를 동반한다.
국내 역사상 최악 산불로 기록된 2000년 동해안산불은 5년 넘게 산불 흔적을 지우고 산림 복구에만 1천억원을 썼지만, 아직도 곳곳에 상처가 남아 있다.
서 사무국장은 "산불로 사라진 숲을 회복하려면, 황무지가 숲으로 변한 세월만큼의 시간이 필요하다"며 "기후변화 등으로 대형화하는 산불에 대응하려면 인력, 장비, 시스템 등 투자도 더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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