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車만 내준 게 아니었나…'환율' 협의도 진행(종합)

입력 2018-03-28 17:23
한미FTA, 車만 내준 게 아니었나…'환율' 협의도 진행(종합)

美 "FTA 합의에 환율정책 부가 합의"…정부 "별개의 협상"

전문가 "환율도 한미FTA 패키지로 봐야…공개했어야 마땅"

(서울=연합뉴스) 김동현 기자 = 최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및 철강 관세 협상을 사실상 타결한 양국 정부가 미국이 문제를 제기한 외환시장 개입 문제를 협의하고 있다.

이와 관련 미국 정부 관계자가 환율 문제에 대한 미국 요구를 수용하는 방향으로 한국 정부와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언론에 밝히면서 한미FTA 협상이 환율 문제와 사실상 '패키지'로 진행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로이터 통신은 28일 미국 정부 관계자를 인용, 한미 재무당국이 한미FTA 협상 부속합의로 수출경쟁력 강화를 위한 원화의 평가절하를 억제하기 위해 한국의 외환시장 개입내역 관련 투명성을 확대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한미FTA 협상과 환율 문제가 같이 논의된 게 아니냐는 의문을 가져올 만한 대목이다.

앞서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 26일 브리핑에서 한미FTA 및 철강 관세 협상 결과를 설명하면서 환율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당시 김 본부장은 픽업트럭 관세 20년 연장 등 자동차 분야에서 일부 양보하고 약가 정책 개선 등에 합의하는 대가로 농업을 지키고 '무역확장법 232조' 철강 관세를 면제받았다고 밝혔다.

환율은 한미FTA 협상 창구인 미국무역대표부(USTR)와의 협상에서 전혀 논의되지 않았다는 게 통상교섭본부의 설명이다.

통상교섭본부 관계자는 28일 "환율은 한미FTA와 전혀 관계가 없다"며 "우리와 협의할 때 그런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고 그것은 우리 기재부와 미 재무부의 협상, 별도의 트랙"이라고 말했다.

기획재정부도 해명자료에서 "동 협의는 이미 사실상 타결이 된 한미FTA 개정협상과 별개로 양국 재무당국, IMF 등과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또 "그동안 환율보고서 등을 포함해 외환 분야 이슈에 대해 IMF, 미국 재무부와 수시로 협의해왔다"면서 "최근에도 4월 미 환율보고서 발표 등을 앞두고 관련 사항을 검토,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환율 협의는 한미FTA와 타결 전부터 별도로 논의한 문제이며 아직 합의된 내용도 아니라는 것이다.

미 정부가 한미FTA 협상 결과를 현재 진행 중인 환율 협의와 동시에 설명하는 바람에 두 사안이 하나의 협상인 것처럼 보인 측면도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한미FTA와 철강 관세, 환율 문제를 각각 다른 부처가 협상했다고 하더라도 더 넓은 관점에서 보면 이는 우리나라와 미국의 '패키지' 협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환율 문제에 대한 협의도 사실상 패키지 협상의 중요한 부분으로 정부가 공개하는 게 마땅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병일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당연히 환율 부분도 설명했어야 한다"며 "정부가 마치 의기양양하게 엄청난 것을 얻어온 것처럼 설명했는데 환율을 언급하지 않은 것은 국민 기만"이라고 비판했다.

그동안 통상 전문가들은 한미FTA 협상 결과 발표 이후 자동차 분야의 일부 양보만으로 미국이 만족했겠느냐는 의구심을 제기했다.

정인교 인하대 대외부총장은 "환율 부분은 발표에 없던 내용인데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도 들어가 있어서 한미FTA 협상에서도 문제 될 것으로 우려했던 부분"이라고 말했다.

정 부총장은 전날 한국국제통상학회 간담회에서 "납득 안 되는 게 여러 가지 있다"면서 "정부는 우리가 크게 해준 것도 없이 철강 관세와 한미FTA 협상을 마무리했다고 하는데 과연 트럼프는 왜 훌륭한(wonderful) 협상이라고 했을까"라고 의문을 제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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