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 웃기고 울리는 아역 배우들…어려운 배역도 척척

입력 2018-03-28 09:30
수정 2018-03-28 10:19
관객 웃기고 울리는 아역 배우들…어려운 배역도 척척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의 흥행 일등 공신은 손예진·소지섭이지만, 관객을 웃기고 울리는 데 더 큰 활약을 한 배우가 있다.

두 사람의 아들 지호 역을 맡은 배우 김지환(9)으로, 이 영화의 '감동 구간'을 책임진다.

후반부 학교 학예회 장면이 하이라이트다. 친구들이 노래를 부르며 각자의 꿈을 발표할 때, 지호만은 고개를 푹 숙인 채 서 있다. 그러다 엄마를 발견하고는 방긋 웃으며 씩씩한 공연을 펼친다. 곧 다시 세상을 떠나야 하는 엄마는 그런 아들을 먼발치서 바라보며 눈물을 흘린다.

치열한 오디션을 뚫고 발탁된 김지환은 아이답지 않은 다양한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엄마와 함께 있어 마냥 행복한 어린아이의 천진난만함부터 엄마가 떠날까 봐 자기만의 방식으로 엄마를 붙들어두려는 여린 마음까지 소화해낸다.

이 작품은 할리우드 대작 '퍼시픽 림:업라이징'을 제치고 박스오피스 1위를 유지하며 28일 200만 돌파를 앞두고 있다.



최근 스크린에서 아역 배우들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때로 투박해 보이지만,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진솔한 감성연기로 관객의 마음을 파고든다.

다음 달 5일 개봉하는 '덕구'에서도 아역 배우가 돋보인다. 타이틀롤을 맡은 정지훈(11)이다. 영화 '신과함께-죄와벌'(2017), '장산범'(2017)과 드라마 '도깨비'에서 육성재의 아역으로 눈도장을 찍은 정지훈은 무려 1천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덕구' 주인공 자리를 꿰찼다.

극 중 이순재의 손자로 출연한 그는 엄마를 향한 그리움, 할아버지에 대한 사랑과 원망 등을 절절하게 표현한다. 엄마의 부재 속에 또래 아이들보다 좀 더 철이 들었지만, 때로는 로봇 장난감을 갖고 싶어 투정을 부리는 천진한 아이의 모습을 보여준다. 성인 배우들도 힘들어하는 경상도 사투리 연기도 척척 해냈다.

함께 호흡을 맞춘 이순재는 "아역으로서 소화하기 어려운 역할인데, 잘했다. 자신의 캐릭터를 충분히 이해하고 표현했다"며 "경이롭다"고 극찬했다.



지난 22일 개봉한 '운동회'에서 김수안(12)은 세상에서 지는 게 제일 싫은 9살 소녀 승희 역을 맡아 당돌하고 깜찍한 연기를 펼쳤다. 김수안은 이미 '부산행'과 '군함도' 등을 통해 연기 신동으로 알려진 배우다.



'7년의 밤'에서는 배우 이레(12)가 등장한다. 이레는 영화 '돌아와요 아저씨', '오빠생각'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등에 출연했고, 일본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에서 주인공 미츠하의 여동생 요츠하의 우리말 더빙을 맡기도 했다.

'7년이 밤'에서는 아빠 오영제(장동건 분)의 매질을 피해 도망치다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는 딸 세령 역으로 등장한다. 맨발로 산속을 누비고, 추운 날씨에 교통사고 장면을 찍는 등 육체적으로, 감정적으로 쉽지 않은 배역이었지만 너끈히 해냈다.

아빠로 출연한 장동건은 "나이는 어리지만, 연기 경험도 많고 굉장히 열정적인 배우다. (캐릭터와) 완전체 같은 느낌이 들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fusionj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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