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왕좌왕 소방관, 작년 맨체스터 공연장 테러 피해 키웠다"
맨체스터 테러 대응 검토보고서에서 소방대 부적절한 대응 지적
통신회사 보다폰·부도덕한 취재 언론도 도마 위에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지난해 5월 영국 맨체스터에서 발생한 공연장 테러 당시 소방관이 현장에 무려 2시간이나 늦게 도착하는 등 대응에 실패하면서 피해를 키웠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영국 고위공직자 출신 밥 커슬레이크 경은 27일(현지시간) 공개한 226쪽 분량의 맨체스터 아레나 공연장 테러 대응 검토보고서에서 소방대가 제대로 된 역할을 못한 것으로 적시했다고 일간 가디언 등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지난해 5월 22일 오후 10시 33분께 맨체스터 아레나에서 미 팝스타 아리아나 그란데의 공연이 끝난 직후 맨체스터 출생의 리비아계 이민자 가정 출신의 살만 아베디(22)가 매표소 인근 휴게소에서 자살폭탄을 터트렸다.
이로 인해 아베디 이외 22명이 사망하고 116명이 다쳤다.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폭발음을 들을 수 있을 만큼 가까운 곳에 소방서 2곳이 있었지만 그들은 안전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3마일(약 4.8km) 떨어진 집결 장소에 모였다.
이후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폭발로부터 2시간 가량이 지나 있었다.
이때도 위험을 기피하는 소방관이 지휘를 맡고 있는 바람에 바로 현장에 투입되지 않았다.
이미 무장경찰이 한 시간 반 전에 배치돼 현장을 확인하고 있다는 얘기를 전해 듣고서야 지휘관은 소방관들을 안으로 들여보냈다.
소방관들은 경찰이 만약 중요 정보를 미리 알려줬다면 특별구조팀을 더 빨리 보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소방관들이 늦게 출동하는 바람에 부상자 중 일부는 2시간 가량 구조를 기다려야 했고, 들것이 없어 광고판과 철책을 부상자를 나르는 데 이용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대 맨체스터 소방 및 구조 서비스와 북서 소방대는 "그날 밤 시민들과 방문자들을 실망시켰다"고 사과했다.
테러 발생 이후 긴급전화시스템 가동을 책임지는 영국 통신사 보다폰 역시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다폰은 경찰이 실종자와 부상자에 관한 정보를 사상자 관련 단체에 제공하도록 도와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다.
결국 그날 공연장에 간 가족을 둔 이들은 맨체스터 인근 병원을 미친 듯이 돌아다니며 가족과 관련된 정보를 구해야 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이와 대조적으로 공연장 직원들과 교통경찰, 일반 대중들은 물론 신속하게 도착한 경찰과 응급요원 등은 현장에 머물면서 대단한 용기와 연민을 보여줬다고 보고서는 평가했다.
언론의 부도덕한 취재방식 역시 보고서에 고스란히 담겼다.
한 기자는 정보를 얻기 위해 병원 관계자에게 2천 파운드(한화 약 3천만원)가 든 통조림을 건네는가 하면, 경찰을 사칭해 병원을 상대로 취재하거나 희생자의 사망 소식을 듣는 가족들의 모습을 몰래 촬영한 사례도 보고됐다.
이와 관련해 커슬레이크 경은 독립언론윤리위원회(IPSO)에 관련 규정을 검토한 뒤 추후 비슷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개선안을 마련할 것을 요청했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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