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언론들 "김정은, 북미정상회담 앞두고 '보험'들고 싶어해"(종합)
"중국과 관계복원은 미 군사옵션 막는 방패막…中 지렛대로 제재완화 노림수도"
"미·중간 무역전쟁 긴장 고조 상황 활용 포석" 분석도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미국 언론들은 27일(현지시간) 중국을 방문한 북한 최고위급이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일 것으로 보면서 이번 방문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북미정상회담을 앞둔 북측의 여러 가지 노림수가 깔렸다는 분석을 내놨다.
북한의 가장 중요한 동맹이면서도 2011년 김 위원장 집권 이후 긴장이 고조돼온 중국과의 관계를 복원, 이를 지렛대로 대미 협상력을 높임으로써 판세를 유리한 국면으로 가져가는 동시에 제재완화 등을 얻어내고 협상 실패 시 미국이 꺼내 들 수 있는 군사옵션을 막는 등의 포석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최근 대(對)중국 관세조치 등 미국의 무역전쟁 선포로 미·중 간 긴장이 고조된 틈을 활용해 운신의 폭을 넓히려는 차원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CNN방송은 '김정은은 왜 중국을 비밀방문했을까'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김 위원장의 중국 깜짝 방문은 다가오는 한국, 미국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가장 가까운 동맹으로부터 지원을 받으려는 차원일 수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 리즈 대학의 아이단 포스터 카터 선임연구원은 CNN에 "북·중 동맹 관계를 고려할 때 김정은으로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지 않은 상태에서 문재인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을 하는 걸 상상하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오퉁(趙通) 칭화대-카네기 세계정책센터 연구원은 "평양은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앞두고 '보험'을 들고 싶어한다"며 "북미정상회담이 매우 중요하지만, 위험부담과 불확실성이 크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회담이 실패한다면 미국은 '외교가 실패했다'고 선언하면서 군사적 공격을 포함한 좀 더 강압적 접근법으로 옮겨갈 수 있을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안정적이고 긍정적인 중국과의 관계가 미국의 군사옵션 개시를 막아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역내 '피스 메이커'를 노리는 중국이 한반도 위기 해법으로 '쌍중단'(雙中斷·북한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 연합군사훈련의 동시 중단)을 제안해온 상황에서 북한이 중국의 지원을 등에 업고 쌍중단 또는 그와 유사한 비핵화 로드맵을 제시할 경우 미국 입장에서는 '허가 찔린 격'이 될 수 있다고 CNN방송은 전문가들의 분석을 토대로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 임명 등을 거론, "미국이 비핵화 대화에 앞서 한층 더 강경한 노선 쪽으로 기울어지는 가운데 북한이 중국과의 관계 회복을 추구한다는 신호"라고 "북한으로선 제재에 따른 경제적 혼란 상태에서 벗어날 길을 찾기 위해 장애물을 제거하는 게 시급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볼턴 내정자가 대북 선제공격까지 언급, 즉각적 핵무기 포기를 요구해온 가운데 핵 동결 및 무기 프로그램 해체를 시간을 두고 진행해가면서 그 대가로 체제 및 경제 보장을 얻어내려는 '장기 프로세스'를 염두에 둘 수 있는 김 위원장으로선 미국의 비핵화 속도전에 맞서 자신의 페이스대로 끌고 가려면 중국의 도움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특히 "무역전쟁으로 인해 미·중 두 열강 사이에 긴장이 고조된 상황이 오히려 김 위원장에게는 새로운 '외교적 기회'를 제시하는 측면이 있다"고 WSJ은 풀이했다. 이른바 미 중 간 틈 벌리기 전략을 통해 협상 공간을 넓히려는 전술이라는 분석이다.
WSJ은 또한 "최근 한반도 상황에서 열외로 취급받았던 중국으로서도 이번 기회를 통해 미국과 그 동맹들에 여전히 자신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수밖에 없으며, 어떠한 협상에도 포함돼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환기하려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뉴욕타임스(NYT)는 "김정은 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외교 행보는 예상 밖"이라며 중국 방문을 통해 결과적으로는 중국을 '지렛대'로 활용해 기존 대북제재를 완화하고, 최소한 추가 제재를 막는 효과를 얻겠다는 포석도 깔렸다는 분석을 내놨다.
주한 미국대사로 내정됐던 빅터 차 미국 전략 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는 NBC방송에 출연, "김정은이 우리가 그 이전에는 북한으로부터 미처 보지 못했던 '외교적 트랙'을 계속 밀고 나아가려고 한다는 걸 보여주는 또 하나의 신호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hank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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