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철 감독 "처음으로, 선수들에게 '즐기라'고 했다"

입력 2018-03-27 18:47
이정철 감독 "처음으로, 선수들에게 '즐기라'고 했다"

염혜선 대신 이고은이 선발 세터로



(화성=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7년 동안 IBK기업은행 감독을 하면서 즐기라는 이야기를 해본 적이 없는데, 어제 했다. 오늘 경기는 좀 즐기라고."

벼랑 끝에 몰렸지만, 이정철 IBK기업은행 감독은 선수들의 긴장을 풀어주려고 특별한 노력을 하고 있었다.

이 감독은 27일 경기도 화성종합체육관에서 프로배구 도드람 2017-2018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 3차전에 나서기 전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IBK기업은행은 5전 3승제인 챔피언결정전에서 이미 2패를 떠안고 있다. 이날 경기에서도 지면 IBK기업은행은 창단 4번째 챔피언의 꿈을 이루지 못한다.

이 감독은 "선수들에게 '마음의 부담을 덜어놓고 즐기면서 분위기를 띄워보자'고 했다. 선수들을 믿고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2차전 끝나고 라커룸에서 한 선수도 혼내지 않고 야단도 안 쳤다"며 "최근 선수들에게 그렇게 한 것은 드물지 않나 싶다"며 웃었다.

이어 "선수는 잘하고 싶을 텐데 얼마나 속이 상하겠나"라며 "결과를 떠나서 선수들이 신나게 코트 안에서 뛰어 주면서 즐겼으면 좋겠다"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이는 절대로 경기를 느슨하게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오히려 이 감독은 "벼랑 끝인데, 홈에서 반전의 기회를 만들어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 감독은 작전에도 변화를 줬다. 1·2차전에서는 염혜선 세터가 선발로 나갔지만, 이날은 이고은 세터가 먼저 출격한다.

또 센터로 선발 출전하던 김희진이 라이트로 나선다.

이 감독은 "선수들은 여태까지 잘했다. 두 명의 세터가 뛰는 것에 대해 이런저런 말이 많았지만, 저는 절대 실패작으로 보지 않는다. 서로를 채워주면서 해왔기 때문에 여기까지 왔다"고 선수들을 감쌌다.

하지만 챔피언에 오른 지난 시즌과 비교해 주전 선수가 4명이 바뀐 영향은 아무래도 드러나고 있다고 인정했다.

이 감독은 1차전에서 1·2세트를 지고 3·4세트를 이겼는데, 5세트에서 14-10으로 이기다가 진 것은 상상도 못 할 일"이라며 "아직도 1차전 생각만 하면 자다가도 벌떡벌떡 일어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선수가 많이 바뀌면서 정리가 안 되는 부분은 있다. 팀을 이동해서 온 선수들이 한두 시즌을 더 치르면 해결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abbi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