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직업' 선입견 깨고 싶어요"…늘어나는 남성 간호사

입력 2018-03-28 08:12
"'여자 직업' 선입견 깨고 싶어요"…늘어나는 남성 간호사

"보람 있고 안정적인 전문직"…소방·보건직 공무원 등 진로 다양

충북보과대 간호학과 5명중 1명 남학생…국시 통과 남성 10% 돌파

(청주=연합뉴스) 이승민 기자 = "남자도 섬세하고 친절합니다. '여성의 직업'이라는 편견을 깨고 싶습니다"

27일 청주시 청원구 충북보건과학대학에서 만난 이 학교 간호학과 3학년 윤동욱(27)씨가 밝게 웃으며 말했다.



이날 기본간호학 실습에 임하는 윤씨의 눈빛은 사뭇 진지했다.

흰색 가운을 입은 윤씨는 모의 병실 실습용 인형에 조심스럽게 주삿바늘을 꽂았다.

인형은 실리콘 재질로 마치 실제 살갗처럼 주사약이 들어간다. 주사약은 식염수고, 혈액은 빨간색 잉크다.

윤씨는 몸이 아픈 사람들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돕는 '따뜻한 직업'이 바로 간호사라고 설명했다.

그의 꿈은 고등학생 때부터 간호사였다. 고3 때 간호학과에 지원했지만 낙방했다. 이후 종합병원 총무과에서 일하면서도 꿈을 잃지 않았다.

직장을 다니면서 다시 학업에 열중했고 2015년 10월 간호학과 합격의 기쁨을 맛봤다.

간호조무사 자격증이 있는 윤씨는 "병원에서 아르바이트했을 때 가장 힘들었던 점은 남자 간호사를 바라보는 선입견이었다"며 "일부 환자들이 깜짝 놀라기도 하고 껄끄러워할 때는 당혹스러웠다"고 전했다.



하지만 윤씨는 남성 간호사도 병원에서 꼭 필요한 존재라고 말한다.

그는 "병원에서 생각보다 힘을 쓰는 일이 많다"면서 "몸집의 큰 남성 환자를 들어 체위 변경을 할 때도 있고 술에 취한 사람이 응급실에서 난동을 피우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간호학과에 재학하면서 보건직이나 소방직 공무원을 준비하는 친구들도 많지만, 서울에 있는 대형 종합병원 응급실에서 다양한 환자들을 보살피는 간호사로 활약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2016년 윤씨가 이 대학에 입학했을 때 간호학과 신입생 비율은 20.7%였다. 올해는 신입생 111명 중 25명(22.5%)이 남학생이다. 간호학과를 지망하는 남학생이 점차 늘고 있는 추세다.

윤씨와 같은 학과 단짝인 김용현(24)씨는 "처음에는 부끄러워하는 친구들도 많았다"면서 "시간이 지나면서 간호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점점 바뀌면서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충북보건과학대 관계자는 "여성 의학도가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하는데 남성 간호학도라고 나이팅게일 선서를 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면서 "안정적이고 다양한 곳에서 필요로 하는 전문직 간호사를 희망하는 남학생이 해마다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한간호사협회의 연도별 국시 합격자 현황을 보면 전체 합격자 중 남자 간호사 비율은 2013년 7.8%·2014년 8%·2015년 8.7%·2016년 9.9%로 매년 상승했다.

지난해 남자 간호사 합격자 비율은 10.96%로 사상 처음 10%를 넘었으며, 전체 남자 간호사 1만2천676명 중 절반이 넘는 7천493명(59.1%)이 최근 5년 동안 배출됐다.

'여성의 전유물'로 여겼던 간호사에 도전하는 남성들이 최근 들어 급속히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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