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턴에 대한 오해?…"그는 실용주의적 민족주의자"
애틀랜틱, '위험한 인물' 평가가 오히려 사태 해결에 도움될 수도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새로 기용된 존 볼턴 전 유엔대사가 북한을 비롯한 국제분쟁에 있어 군사개입도 불사하는 초 강경론자로 알려졌지만 정작 본인은 자신을 미국의 국익을 위해 외교적 수단을 선호하는 '거침없는' 실용주의자로 간주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시사지 애틀랜틱은 26일 볼턴이 세간에 잘못 알려졌다면서 볼턴은 경직된 이념주의자가 아니라고 평가했다. 그리고 볼턴의 실용주의가 성공을 거둘 경우 트럼프 백악관을 보다 일관되고 건설적인 방향으로 이끌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위험한 인물이라는 세간의 평가가 북핵 등에서 오히려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볼턴은 오랫동안 저널리스트로 많은 글을 써왔으며 1970년대 이후 행정부의 여러 직책을 거치면서 수많은 논쟁에 관여해왔다. 1994년에는 당시 빌 클린턴 행정부의 무기력한 소말리아 사태 처리를 맹비난하기도 했다.
볼턴은 또 알려진 대로 이라크 침공 필요성을 강력히 옹호했지만, 한편으로 정책의 일관성을 강조했으며 이라크 사담 후세인 정권 몰락 이후 2007-8년의 병력 증파까지 미국 정부의 오락가락하는 정책을 지적하기도 했다.
볼턴은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불법무기나 미사일 기술을 운반하는 의심스러운 항공기나 선박을 수색할 수 있도록 한 대량파괴무기 확산방지구상(PSI)을 성사시켰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애틀랜틱은 평가했다.
국제적 다자간 협력을 끌어냈다는 볼턴의 평판을 통해 그에 대해 신중한 낙관주의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볼턴은 PSI를 계기로 그가 고수해온 민족주의와 결별했는지에 대해서도 "PSI는 민족주의의 신중하고 실용적인 구현"이라고 지칭했다.
그러나 실용주의적 민족주의자들의 경우 종종 자국의 군사력 사용을 주저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볼턴의 경우 세간에서 거론되는 군국주의자인지 아니면 그의 주장대로 실용주의적 민족주의자인지 구분하기가 명확하지 않다고 애틀랜틱은 지적했다. 이란 핵 합의의 경우 볼턴은 처음부터 핵 합의가 이란의 핵 개발 야망을 제어하기보다 오히려 부추길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란과의 핵 합의에 대해 긍정적이었던 좌파진영을 포함한 신중한 관측자들도 이제는 핵 합의 이후 이란의 군사적 모험주의가 악화하고 있음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볼턴이 당장 핵 합의를 철회하는 대신 협상을 통해 이란의 군사적 야망을 약화하는 실용주의적 접근을 취할지는 미지수이다.
북한에 대해서도 볼턴이 한국과 일본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을 고집할 가능성이 있으나 한편으로 볼턴의 이러한 선제공격에 대한 공공연한 집착이 북핵 해결의 열쇠를 쥔 중국 시진핑 주석에게 북한의 비핵화로 마음을 돌리게 할 요인이 될 수도 있다.
곧 볼턴은 외부의 적들에게 미국의 보수 언론이 전하는 것처럼 자신이 명백히 위험한 인물임을 주지시킬 필요가 있으며 한편으로 국내 비판자들이 예상하는 것 이상으로 장막 뒤에서 더욱 인내심을 갖고 영악해질 필요가 있다고 애틀랜틱은 지적했다.
볼턴이 이란 핵 문제를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실용주의적 외교와 군사개입 사이에서 그의 정책 균형을 가름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애틀랜틱은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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