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타결에 미 언론 "트럼프 전략 먹혔다"…업계선 불만도

입력 2018-03-27 16:21
수정 2018-03-27 16:53
한미FTA 타결에 미 언론 "트럼프 전략 먹혔다"…업계선 불만도

"무역적자 줄이고 美자동차 수출길 넓혀" vs "충분치 않다"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철강 관세 협상은 '미국우선주의'를 주창해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 봤을 때 승리라고 할 수 있다.

철강 관세 면제를 FTA 개정과 연계하는 트럼프식 협상 전략이 한국에 대한 무역 적자를 줄이고 미국 자동차의 수출길을 넓힐 수 있는 결과를 이끌어 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 노동자들의 기대에는 못 미친 '소소한' 승리에 그쳤다는 시각도 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26일(현지시간) 한미FTA 협상과 관련, 이 같은 미국 내 분위기를 전했다.



전날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서울에서 발표한 바에 따르면 양국은 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 철강 관세부과 조치에서 한국을 국가 면제하는 데 합의했다. 대신 한국산 철강의 대미 수출에 대한 쿼터(수입할당)를 적용하기로 했다.

한국은 미국의 화물자동차(픽업트럭) 관세 철폐 기간을 2041년까지로 20년 연장하기로 하고, 한국의 안전기준에 충족하지 않는 미국 자동차의 제조사별 수출허용량을 기존의 2배인 5만대로 늘렸다.

NYT는 상대국의 대미 무역흑자를 문제 삼아, 강경한 조치를 위협해왔던 트럼프 대통령이 일단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미 무역 전문가들은 한국으로부터 '양보'를 얻어낸 이번 협상 결과가 트럼프 정부에겐 분명 승리일테지만, 미국의 무역적자를 줄이는 데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봤다.

실제 일부 노동자단체 등 무역정책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했던 이들은 냉담한 반응이다. 그리 대단치 않은 진전이며, 정작 중요한 문제들은 빠졌다는 것이다.

이들은 한국이 늘리기로 한 자동차 수출허용량은 수입차에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 한국 시장의 수출길을 열어젖히는 데에는 미약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조심스러운 낙관론도 있다.

미 셰러드 브라운(민주·오하이오) 상원의원은 "모든 무역 협상에서는 디테일이 중요하다. 나는 우리가 한국에서 양보를 끌어낸 구체적인 결과를 보려고 한다"며 철강을 언급했다.

그는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한국의 대미 철강 수출은 제한하고, 미국 노동자와 자동차 기업을 위해서는 더 좋은 협상 결과를 만들어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도 미국 자동차회사의 수출 물량이 지금의 2만5천대를 넘어설 정도로 많지 않고, 픽업트럭에 대한 관세 유지 효과는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WSJ은 현대·기아차 등 한국 자동차 기업은 미국 픽업트럭 시장에 진출하지 않았고, 주로 승용차 판매에 초점을 맞춰왔다는 점을 내세웠다.

미 상공회의소의 타미 오버비는 WSJ에 "한미 FTA 협상이 특별히 경제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NYT는 미국 입장에서 보면 트럼프 정부가 애초에 밝혔던 '철강 관세'의 효과는 그리 크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한국뿐만 아니라 아르헨티나, 호주, 브라질, 캐나다, 멕시코, 유럽연합(EU) 등 상당수 철강 공급국을 일시적으로든 영구적으로든 유예국으로 지정했기 때문이다.



noma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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