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미 테리 "한국의 '미투운동', 한참 전에 일어났어야"

입력 2018-03-27 15:50
수미 테리 "한국의 '미투운동', 한참 전에 일어났어야"

美CSIS 리사 콜린스 연구원과 WP 공동기고…"우리도 비슷한 경험했다"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미국의 대표적인 한반도 전문가인 수미 테리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과 리사 콜린스 연구원이 26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한국의 '미투운동'에 대한 기고문을 실어 눈길을 끈다.

이들은 5월로 예정된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미국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으나 정작 한반도 문제 당사국인 한국에선 '미투 운동' 파문으로 북미회담이 묻힌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들은 대표적으로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행 의혹 사건을 언급, "젊고, 잘생겼으며, 언변이 뛰어나고, 정치적으로 진보적이어서 '한국이 버락 오바마'로 불리던" 안 전 지사 사건에 한국 사회가 충격을 받았다고 소개했다.



두 저자는 개인적으로 한국에서 이런 성추행을 목격하거나 경험했다며 자신들이 아는 한국 여성은 모두 이런 부적절한 성적 발언이나 모르는 사람으로부터의 성적 접촉이나 추행, 회사 동료나 남성 친구의 음주 폭행에 당한 경험이 있다고 주장했다.

자신들 역시 한가한 지하철에서 '아저씨'가 가슴을 움켜쥐거나, 교수가 학생이었던 자신을 학술회의를 빙자해 제주도로 데려간 뒤 호텔 방이 하나밖에 안 남은 척한 일이 있다고 털어놨다.

또 많은 여성이 이보다 더 끔찍한 형태의 성폭행이나 성추행을 경험했다며 한국에서 미투운동은 한참 전에 일어났어야 할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두 저자는 한국이 여러 측면에서 역동적인 민주주의 국가이지만 만연한 성희롱과 성추행이 수십년간 사회적 문제였다고 지목했다.

정·재계 지도자들은 여성을 상품화하고, 비하하며 착취하는 행위를 당연시 여겼다. 이 때문에 한국의 비즈니스 문화에선 여성이 나와 술을 따라주거나 담뱃불을 붙여주고 추파성 발언을 해주는 호스티스 바나 룸살롱을 찾는 게 일상적인 일로 받아들여졌다는 것이다.

두 저자는 이 문제에 관해 이야기를 시작한 것만으로도 중요한 진전을 이뤘다고 평가했다. 권력형 성폭력 범죄에 대한 법정형도 최대 10년으로 향상됐다.

하지만 이를 근절하려면 교육과 직장에서의 훈련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유교 문화와 가부장적 사회, 공공선을 위해 개인의 희생을 요구하는 분위기에 대한 진지한 논의와 함께 다양한 세대의 남녀와 대화를 통해 '용납할 수 없는 행동'에 대한 다른 생각을 경청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luc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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