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타이어뱅크 금호타이어 인수 추진에 "할 말 없다"
금융권, 인수 여력·진정성에 의구심…"현금 들고오는 게 본질"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기자 = 금호타이어[073240]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27일 타이어뱅크가 금호타이어 인수 추진 의향을 발표한 데 대해 "할 말이 없다"는 공식 입장을 보였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타이어뱅크에서 공식 제안이 온 바 없고, (김정규 타이어뱅크 회장이) 자기 입장을 언론에 밝힌 것에 불과하다"며 "언급이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이날 대전상공회의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타이어뱅크는 전국에 판매망을 갖추고 있어 즉시 판매를 증가시켜 고용을 보장하면서 금호타이어를 살릴 수 있는 유일한 회사"라며 인수 추진 의사를 공식화했다.
그러나 타이어뱅크는 산업은행에 별도로 금호타이어 인수와 관련한 제안서나 투자 계획서 등을 보내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기자회견은 김 회장 측의 '의사 표명'일 뿐, 금호타이어 인수전에 공식 참여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게 산은의 입장이다.
금융권에선 타이어뱅크의 금호타이어 인수 추진 발표가 갑자기 나온 배경에 대한 의구심이 나온다. 게다가 양사의 규모, 현금조달 능력, 타이어뱅크의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인수 여력은 물론 진정성마저 의심된다는 분위기다.
산업은행은 중국 더블스타가 금호타이어에 6천463억원의 유상증자를 하는 쪽으로 추진 중이다. 이를 대체하겠다는 타이어뱅크는 2016년 매출액이 3천700억원, 영업이익은 660억원에 불과하다. "동네 구멍가게가 대형 마트를 인수하겠다는 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김 회장은 "타이어뱅크를 상장해 자금을 조달하거나 채권단에 (타이어뱅크를) 담보로 제공하면 채권단 차입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했지만, 상장 여부는 물론 자금 조달 규모가 불투명한 데다 빚을 내 부실기업을 사겠다는 것에 불과한 게 사실이다.
실제로 산업은행 내부에선 타이어뱅크의 인수 가능성을 매우 낮게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타이어뱅크의 자금 조달 여력이나 재무적 투자자의 존재 여부 등에 대한 정보도 갖고 있지 않다는 전언이다.
타이어뱅크의 인수 참여 여부와 무관하게 금호타이어에 대한 채권단 자율협약은 30일 종료된다. 종료일까지 사흘 남은 셈이다. 이를 넘기면 당장 다음 달 2일부터 기업어음(CP) 만기가 줄줄이 돌아온다. 법원에 회생절차(법정관리) 신청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사태의 본질은 더블스타냐, 타이어뱅크냐, 제3의 인수자냐가 아니라 당장 바닥이 드러난 금호타이어 유동성을 현금을 들고와 어떻게 채우느냐는 것"이라며 "시간이 없는데 제3자 인수설이나 타이어뱅크의 기자회견 등이 본질을 흐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 23일 금호타이어 노동조합 대표와 만나 더블스타 자본유치 등에 구두로 합의했으나, 노조가 이를 번복했다고 전날 공개하면서 금호타이어 전체 임직원의 더블스타 자본유치 찬반투표 등을 제안했다.
노조는 더블스타 자본유치에 합의한 사실이 없다고 즉각 반박하면서 이 회장의 찬반투표 제안도 거절한 한편, 제3자 인수설과 타이어뱅크의 이날 기자회견 등을 고리로 법정관리 신청에 반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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