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왜 진보진영에만? 보수는 여성 해방에 무관심"
이택광 교수, 월간 문학사상 '미투' 특집에 기고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문화비평가인 이택광(50)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영미문화전공 교수는 월간 문학사상 4월호 '미투' 특집 기획에 기고한 '미투 운동, 어떻게 볼 것인가?- 데모스 정치와 진보의 재구성'이란 글에서 최근 뜨거운 '미투' 운동의 대상이 왜 유독 진보 세력이 됐는지 분석했다.
이 교수는 "한국의 진보주의자들이 사회 해방과 성 해방을 동일시하는 관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성범죄에 대해 관대했다고 본다"는 관점과 함께 여성들이 그동안 진보주의 의제의 한 축을 담당해왔기에 이제 페미니즘이 주요 의제로 떠오르게 됐다는 점을 그 주된 이유로 들었다.
그는 한국에서 진보주의자로 자처한 남성들이 "성욕에 대해 보수적인 태도를 지닌 '여성'은 자연의 일부이거나 아니면 해방을 감당하는 자신의 노력에 대한 보상물에 지나지 않는다"는 인식을 지녔다고 꼬집었다.
이어 "성 해방과 사회 해방의 문제가 동일하지 않다는 성찰은 이미 프로이트주의적 진보주의에 대한 비판에서 많이 이루어졌다. 한국의 미투 운동은 두 해방의 문제에 가로놓인 균열을 실천적으로 드러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이 문제를 '공작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은 또 다른 오류를 되풀이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진보주의가 이명박과 박근혜 정권의 문제를 불평등의 관점에서 제기했던 것처럼, 그 진보의 가치를 체득한 여성들도 진보주의에 내재한 남녀 불평등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이 문제 제기를 여성의 권익을 신장하고 소수약자의 문제를 균형 있게 바라볼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할 필요가 있다. 사법적이고 제도적인 균형 맞추기도 필요하지만, 동시에 여성을 대상화하고 사물화해온 진보주의의 관점들을 재구성하는 것도 응당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페미니즘이야말로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의 흐름에서 한 축을 담당해온 사상이었던 셈"이라며 "미투 운동 역시 진보주의에 대한 반발이라기보다, 지금까지 한국에서 실현되어온 진보주의적 의제의 한 축을 담당했던 여성들이 더 이상 불평등 구조를 참지 못하고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기 시작한 사건으로 보아야 한다. 따라서 이 운동이야말로 진보의 의제인 것이고, 때문에 보수에게 무관심한 문제인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이어 "인식과 관심이 없다면, 그리고 이것들을 공유하고 공감하는 지지자들이 없다면 운동은 불가능하다. 미투 운동은 진보주의적 운동이다. 보수는 노동자의 계급 해방에 관심을 갖지 않는 것처럼 여성 해방 역시 별 관심 없는 사안이다. 진영 논리로 본다면 이 폭로의 양상은 불균형하게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사실은 또한 미투 운동이야말로 한국의 진보주의를 거듭 태어나게 만들 계기라는 것을 웅변해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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