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신과 긍정으로 운명을 이겨내다…영화 '달링'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영국과 아프리카를 오가며 무역 일을 하는 로빈(앤드류 가필드 분)은 잘 생긴 외모와 뛰어난 운동신경의 소유자다. 그는 크리켓 경기를 하던 중 구경 온 다이애나(클레어 포이)의 마음을 사는 데 성공한다. 남자들 잘 울리기로 유명한 미인이었다.
둘의 행복한 일상은 로빈의 몸에 침투한 바이러스 때문에 산산조각이 난다. 폴리오 바이러스에 감염된 로빈은 전신이 마비돼 병원 침대에 누워만 있게 됐다. 목에 튜브를 꽂아 숨을 쉬고, 말하는 것조차 버겁다. 인공호흡기에 의지해 고작 몇 달 더 살 수 있을 거라는 시한부 선고가 내려진다.
'달링'은 1950년대 후반 후천성 전신마비를 얻고도 20년 넘게 생을 이어간 실존 인물 로빈 캐번디시의 사연을 다룬 영화다. 그는 인공호흡기를 장착한 일명 '로빈 휠체어'를 개발하고 중증장애인을 위한 자선기금을 모으는 등 장애인 활동가로 살았다.
로빈의 새 인생은 병원을 벗어나면서 시작된다. 운동을 즐기는 활달한 성격이었던 로빈에게 병원은 감옥과 다르지 않았다. 병원을 나가면 2주 안에 죽을 거라는 경고를 뒤로 하고 인공호흡기가 달린 침대에 누워 집으로 향한다.
옥스퍼드대 교수인 친구 테디(휴 보네빌)의 도움으로 휠체어에 인공호흡기를 달아 집 밖으로 나가는 데 성공한다. 가족과 드라이브를 하고, 스페인 여행도 한다. 중증장애인은 병원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관념을 깬 그는 로빈 휠체어를 더 만들어 보급하고 독일에 건너가 의사들 학회에서 연설도 한다.
병원에서 죽어갈 운명을 거스를 수 있었던 데는 아내 다이애나의 헌신적 사랑과 친구들의 도움이 컸다. 다이애나는 로빈의 삶이 곧 제 삶이라고 여기며 평생 남편의 곁을 지킨다. 친구들 역시 로빈을 섣불리 동정하지 않고 예전처럼 스스럼없이 대한다.
무엇보다 로빈은 긍정적이었다. 물론 막 장애를 얻었을 땐 '모든 게 신의 계획'이라는 신부의 말에 화가 날 정도였다. 그러나 나중엔 인공호흡기에 문제가 생겨 생사를 오가는 위기에서도 유머감각을 잊지 않을 만큼 적응하게 된다.
로빈의 밝은 성격 덕분에 영화는 주제만큼 무겁지 않다. 로빈과 친구들이 쏟아내는 유머는 그가 처한 상황과 맞물려 색다른 느낌의 웃음을 준다. 절망을 이겨낸 인물의 이야기가 대개 그렇듯 전형적이지만 작지 않은 감동을 선사한다.
앤드류 가필드는 러닝타임 대부분 동안 몸을 움직이지 않은 채 대사와 표정·눈빛으로 좌절감부터 행복감까지 다단한 감정을 섬세하게 연기한다. '혹성탈출'의 시저, '반지의 제왕'의 골룸 연기로 유명한 앤디 서키스가 처음 메가폰을 잡았다. 한국어 제목이 주는 느낌만큼 달달한 로맨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 원제는 '브리드'(숨 쉬다). 12세 관람가. 다음달 12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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