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서 독살시도 배후설은 그냥 영국 거짓말

입력 2018-03-27 10:34
러시아에서 독살시도 배후설은 그냥 영국 거짓말

"영국 주장 타당하다"는 러시아인 5% 미만

러정부 "날강도 같은 주장"…서방언론 "러정권이 여론조작"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 서방 국가들이 '이중스파이 암살 시도'의 배후로 러시아를 지목하며 강하게 비난하고 있지만 정작 그 주장을 믿는 러시아인은 극소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26일(현지시간) 러시아 일간지 모스크바타임스에 따르면 현지 국영여론조사 결과 암살시도 사건의 배후에 러시아가 있다는 영국 조사결과가 타당하다고 믿는 러시아인은 응답자의 5%에도 미치지 못했다.

응답자의 81%는 영국 측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응답한 러시아인의 74%는 이번 사건이 러시아와 영국의 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러시아가 이번 사건과 관련해 협상에 돌입, 국제사회 차원의 조사에 참여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응답자의 59%가 이런 의견을 냈다.

그럼에도 사건의 배후를 찾아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응답자의 81%는 사건 배후에 있는 주모자는 결국 발견되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영 여론조사 회사인 VTsIOM은 지난 20∼21일 러시아인 2천명을 대상으로 이 같은 내용의 전화 설문 조사를 했다.

영국은 독살시도에 대해 "러시아 소행일 가능성이 매우 크고 달리 이치에 맞는 설명은 없다"고 보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이 같은 영국 정부의 조사결과에 동의한다는 공동성명을 지난 23일 채택했다.

이에 대해 러시아 정부는 "영국의 주장이 날강도짓에 가깝다"며 배후설을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다.



이날 발표된 VTsIOM의 설문 조사 결과는 서방의 여론과 상당히 차이가 있다.

영국을 비롯해 EU와 미국 등이 러시아 외교관을 무더기로 추방하는 등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가 이번 사건의 배후라는 점에 확신하는 분위기지만, 러시아인들은 이와 완전히 동떨어진 의견을 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서방언론은 러시아 정부 추종자들이 '여론 조작'에 나서고 있기 때문에 그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벤 니모 애틀랜틱협의회 선임연구원은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와 인터뷰에서 "러시아 정부 지지자들은 자국의 온라인 여론조사에 영향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영국 정부 조사에 대한 적개심도 부추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러시아 트위터 사용자들은 '여론 확산'을 위해 영국 정부 조사에 의문을 제기하는 내용의 글을 계속해서 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솔즈베리에서는 지난 4일 러시아 이중스파이 세르게이 스크리팔(66)과 그의 딸이 의식불명 상태로 발견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영국 등 서방 여러 국가와 러시아는 '외교관 맞추방전'을 펼치는 등 양측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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