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운상가 일대 인쇄골목 혁신한다…'창작인쇄' 중심지로
2020년까지 세운상가군 전체 보행길 연결…종묘∼남산 한번에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서울 도심의 세운상가 일대 인쇄골목이 혁신을 시도한다.
조선 시대부터 시작된 인쇄산업의 역사가 이어지고 있지만 지금은 낡고 쇠락한 이곳에 청년들의 아이디어와 최신 기술을 끌어들이고, 산업 인프라를 확충한다.
서울시는 이 같은 내용의 세운상가 재생(다시·세운 프로젝트) 2단계 사업 계획을 27일 발표했다.
서울시는 7개로 이뤄진 세운상가군과 그 주변을 1·2단계로 나눠 활성화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세운상가 북쪽(세운·청계·대림상가)을 정비해 제조업 창업기지로 만드는 1단계 사업은 지난해 9월 마무리했다.
여기에 이어 올해 4월부터 2020년까지 세운상가 남쪽(삼풍상가∼호텔PJ∼인현상가∼진양상가)을 창작인쇄산업 중심지로 탈바꿈하는 2단계 사업을 한다.
세운상가가 자리한 중구에는 서울 인쇄업체 67.5%(5천500여곳)가 밀집해 있다. 이 지역 인쇄산업의 역사는 조선 초기 서적 인쇄와 활자 제조를 담당하는 주자소, 한국 최초의 현대식 인쇄소인 박문국으로 거슬러 올라갈 정도로 유서 깊다.
그러나 지금은 낙후한 환경과 경쟁력 약화로 인쇄업체들이 근근이 유지되는 상황이다.
서울시는 인쇄골목 재생을 위해 우선 거점 역할을 할 '인쇄 스마트 앵커'를 새로 짓는다. 지하 6층∼지상 12층의 신축 건물에 인쇄 관련 기술연구·교육 기관과 전시·판매시설, 공동장비실이 들어선다. 청년들의 주거와 창업 공간을 결합한 청년사회주택 400호도 입주한다.
세운상가군 건물에는 인쇄 관련 스타트업 입주공간인 '창작큐브'를 설치한다. 토박이 인쇄 장인들의 기술과 청년들의 아이디어, 특수인쇄·후가공 등 최신 기술을 결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진양상가에는 독립출판 작가와 인쇄업체가 만나 책을 만들고, 독자들은 독립서적을 구매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긴다. 인현상가 지하에는 인쇄기술학교, 공방, 인쇄박물관 등을 만든다.
서울시는 인쇄골목 재생을 위해 지난해 6월 세운상가 일대 30만㎡를 인쇄산업 특정개발진흥지구로 지정했다. 이어 인쇄골목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지원하기 위한 산업진흥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인쇄업 활성화와 함께 세운상가군 7개 건물 전체를 보행길로 연결하는 작업이 진행된다.
도심의 남북을 가로지르는 세운상가는 본래 3층 높이 보행로로 모든 건물을 연결한다는 아이디어로 세워졌다.
종묘 앞에서 시작하는 보행로 1km 구간을 따라가면 남산에 다다른다는 구상이었지만 1967년 개장 당시부터 일부 구간(마른내로)은 끊겨 있었고, 2005년 청계천 복원 때 세운∼청계·대림상가 구간마저 끊어졌다.
지난해 9월 세운∼청계·대림상가 구간 공중 보행교를 복원한 서울시는 이번에는 삼풍상가∼호텔PJ∼인현상가 구간에 공중 보행교를 놓는다.
이렇게 되면 종묘에서 시작해 세운상가를 거쳐 남산까지 이어지는 남북 보행축이 생긴다.
인현상가 등 건물 5곳은 을지로 지하보도와도 바로 연결되도록 해 주변 방문객의 발길을 끌어들인다.
화물차량 주차장으로 사용하던 인현·진양상가 3층 데크는 전망대와 시민 휴게공간으로 만든다. 전망대 전체를 통유리로 만들어 퇴계로 일대를 조망할 수 있도록 한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2011년 철거 대신 재생이라는 큰 방향을 정한 이후 세운상가 입주상인, 임대인, 지역주민들과 함께 재생의 역사를 만들어오고 있다"며 "2020년까지 세운상가를 제작·생산, 판매, 주거, 상업, 문화가 하나로 연결된 '메이커시티(Maker City)'로 완성하겠다"고 말했다.
chopar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