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던 충북 민주당 지방선거 앞두고 곳곳서 '암초'(종합)
금품제공 의혹·미투·세월호 폄훼 논란 악재…공천 후유증 우려도
(청주=연합뉴스) 변우열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당 지지율 고공행진 덕에 지방선거에서 순항할 것으로 예상되던 충북의 더불어민주당이 곳곳에서 암초를 만나고 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야당은 인물난을 겪는 반면 민주당은 공천 희망자가 넘쳐 행복한 고민을 하는 처지다. 4년 전 치러졌던 지방선거 때와 비교하면 완전히 역전된 분위기다.
그러나 잘나가던 민주당에 최근 잇따라 악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민주당의 유력한 음성군수 후보로 거론되던 최병윤 전 충북도의원이 금품제공 의혹에 휘말렸다.
지난 21일 음성군 맹동면의 한 행사에 참석한 최 전 의원이 유권자 B씨에게 20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건넸다는 신고를 접수한 선관위가 지난 26일 조사에 착수했다.
선관위가 조사에 나서자 최 전 의원은 전격적으로 불출마를 선언했다.
최 전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 "성원해 준 군민과 당원에게 진심으로 사과의 말을 올린다"며 "자숙의 시간을 통해 군민의 행복과 지역 발전을 위해 더 많은 노력과 봉사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충주시장 출마를 선언한 우건도 전 충주시장은 '미투운동'의 가해자로 지목됐다.
우 전 시장을 둘러싼 성추행 논란은 지난달 23일 민주당 충북도당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우 예비후보가 과거 충북도청에 근무할 당시 인사권을 가진 직위를 이용해 하위직 여직원을 성추행했다는 김모씨의 글이 올라오면서 불거졌다.
우 전 시장은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피해자에 대해 2억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고, 경찰에 명예훼손에 따른 고소장을 제출하는 등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사회문제로 등장한 미투 운동의 가해자로 지목됐다는 점에서 회복하기 어려운 치명상을 입게 됐다.
김상문 민주당 보은군수 후보는 '세월호 폄훼' 의혹으로 논란에 휩싸였다.
2014년 8월 그가 자신의 회사 홈페이지에 "대한민국이 아니라 '세월호 민국'이 어디까지 갈지 끝이 안 보인다", "여행가다 안전사고로 희생된 학생이나 가족들의 애통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그 정도가 지나치다"고 올린 글이 뒤늦게 문제된 것이다.
세월호 희생자 추모 및 진실규명 충북범도민대책위원회는 지난 26일 성명을 내 "이런 후보가 민주당 유력 후보라는 데 분노한다"며 민주당에 김 후보의 공천 배제를 요구했다.
충북지사 후보 공천을 둘러싼 경쟁은 기 싸움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오제세 의원은 기자회견 등을 통해 "지금이 어느 때인데 세계 무예마스터십 같은 무술축제에 매달리느냐"며 "생명과 태양의 땅을 외치지만 실제 태양광과 바이오에 얼마나 투자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이시종 지사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이 지사가 대표적 치적으로 삼는 무예마스터십과 도의 핵심 슬로건인 '생명과 태양의 땅'을 정면 공격할 정도로 야당 못지 않은 공세를 펼치는 것이다.
이런 오 의원에 대해 이 지사 측은 공개적인 입장을 내놓지는 않고 있지만 "같은 편끼리 총을 쏘는 격"이라며 답답함을 토로한다.
이 지사 측의 한 관계자는 "충북 지방선거 전체의 중심추 역할을 해야 할 지사 후보 공천 경쟁이 같은 당의 후보를 비난하는 수준으로 번진다면 전체 선거 판도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에둘러 서운함을 드러냈다.
4명의 후보가 출사표를 던진 청주시장 선거를 비롯해 일부 선거구에서 치열한 공천경쟁을 벌이면서 과열 조짐을 보여 공천 후유증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역 정가의 한 관계자는 "이번 지방선거가 진보 진영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치러진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공천 과정의 잡음이 커지고 후보들의 자격 논란이 이어지면 민주당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당 충북도당은 이날 성명을 내 "민주당은 그럴싸한 말로 도민을 현혹할 생각하지 말고 무릎 꿇고 사죄하는 게 도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선관위와 사법당국은 한 점의 의혹도 남기지 않도록 철저한 수사를 통해 실체적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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