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개헌안 발의…여야 내일부터 개헌협상 착수(종합)

입력 2018-03-26 17:43
문 대통령 개헌안 발의…여야 내일부터 개헌협상 착수(종합)

문 대통령 해외순방 중 전자결재…4월 국회서 개헌 연설 예정

여야 3당, 권력구조 개편·선거구제 개편 등 4대 쟁점 협상 돌입

민주 "머리 맞대자" 속도전 주문…한국 "국민과 함께 투쟁" 반발

(서울=연합뉴스) 류지복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오후 정부 개헌안을 국회에 발의함에 따라 국회 차원의 개헌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1987년 6·10항쟁 직후 대통령 직선제 도입을 골자로 한 '87년 헌법 체제'가 구축된 이래 거의 31년 만에 헌법 개정 논의가 본궤도에 오른 것이다.

여야는 정부 개헌안의 국회 접수와 맞물려 교섭단체 회동을 열어 27일부터 협상에 돌입기로 하는 등 개헌 테이블 구성에 합의했다.

그러나 개헌안의 내용과 처리 시기를 놓고 한 치도 양보 없는 '치킨게임' 양상을 보여 개헌 논의가 험로를 걸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특히 이번 개헌안은 6·13 지방선거 때 동시투표를 목표로 제출된 만큼 여야의 선거 유불리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고, 이것이 개헌 논의의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께 한병도 청와대 정무수석을 통해 정부 개헌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대국민 공고 절차를 개시했다.

정부는 앞서 오전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의 국무회의에서 정부 개헌안을 의결했고, 아랍에미리트(UAE)를 공식 방문 중인 문 대통령은 현지에서 국무회의를 통과한 개헌안의 국회 송부와 공고를 전자결재로 재가했다.

문 대통령은 개헌안 발의에 따른 입장문을 통해 지방선거 때 개헌 동시투표를 실시하겠다는 공약을 실현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하고 "제게는 부담만 생길 뿐이지만 더 나은 헌법, 더 나은 민주주의, 더 나은 정치를 위해 개헌을 추진하는 것"이라며 "국회도 국민들께서 투표를 통해 새로운 헌법을 품에 안으실 수 있게 마지막 노력을 기울여주시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비슷한 시각,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바른정당 등 여야 3당 교섭단체는 정세균 국회의장 주재로 정례회동을 갖고 27일부터 각 당 원내대표가 주도하는 개헌안 협상에 돌입하기로 전격 합의했다.

협상 의제는 권력구조 개편을 비롯해 선거구제 개편, 권력기관 개혁, 개헌투표 시기 등 4가지로 정리했으며, 국회 헌법개정·정치개혁특위의 논의와 병행해 협상을 진행키로 했다.

또 4월 임시국회에서 문 대통령이 개헌 관련 국회 연설을 하는 데도 합의했으며, 민주평화당과 정의당이 교섭단체를 구성할 경우 원내대표 차원의 협의체에 참여시키기로 했다.



그러나 대통령 4년 연임제, 총리선출방식, 선거구제 개편 등 개헌의 핵심 내용을 비롯해 논의 방식, 처리 시기 등을 놓고 여야 간 평행선 대치를 이어가고 있어 정부 개헌안 의결은 물론 국회 차원의 합의안 도출도 불투명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민주당은 지방선거 때 동시투표를 위해 여야가 머리를 맞대 속도를 낼 것을 호소했지만, 한국당은 '사회주의 개헌'이라고 규정하고 결사 저지를 위해 장외투쟁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웠다.

민주당 박범계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개헌을 하겠다는 의지만 있으면 오히려 5월 4일을 마감일로 설정해 놓고 협상에 임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 수도 있다"며 "나머지 숙제를 하는 마음으로 여야 간 대타협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강훈식 원내대변인도 "한국당의 정쟁놀음에 허송세월했던 지난 시간의 과오가 되풀이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협잡과 엄포가 아닌 국민개헌을 위해 국회가 책무를 다할 시간"이라고 호소했다.



반면 한국당 전희경 대변인은 논평에서 "졸속 중의 졸속으로 만들어진 개헌안은 내용은 사회주의, 절차는 국민 무시, 의도는 지방선거용"이라며 "문재인 정권의 오만한 좌파 개헌안에 맞서 국민과 함께 모든 것을 걸고 투쟁해나갈 것"이라고 비판했다.

홍지만 대변인도 "좌파적 지지로 당선된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은 좌파들이 춤출 내용으로 꽉 차 있다"며 "청와대는 대통령의 권리만 말하고 의무엔 눈을 감고 귀를 막는다. 대통령은 권리 행사에 따른 책임을 절감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바른미래당과 평화당, 정의당은 민주당과 한국당을 싸잡아 비판하는 양비론적 태도를 취하면서도 국회 차원의 합의 도출에 무게를 실었다. 이들 정당의 최대 현안인 선거구제 개편 논의 전개 양상에 따라 어느 쪽에 힘을 실을지 선택하겠다는 전략적 판단의 결과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바른미래당 박주선 공동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문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에 대해 "처리하든지 말든지 마음대로 하라는 식의 무책임한 겁박 행위"라고 강력히 반발했다. 그러면서도 국론분열이 우려되는 만큼 지방선거 때 개헌투표의 동시 실시를 수용하되 여야 합의안을 성안하자는 대안을 제시했다.

평화당 조배숙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청와대만 바라보며 아무 역할을 못 하는 민주당이나 개헌안을 내놓지도 못하면서 개헌저지선 확보를 무기로 횡포 부리는 한국당이나 도긴개긴"이라며 개헌 기회를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의당 추혜선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교섭단체 3당의 협상을 진행키로 합의한 데 대해 "정의당을 배제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덩치 큰 지각생들의 뻔뻔함에 기가 찰 따름"이라고 정의당을 포함한 5당 협의체 구성을 촉구했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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