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희 "9년째 우승 못 했어도, 포기는 안 했을 거예요"

입력 2018-03-26 15:46
지은희 "9년째 우승 못 했어도, 포기는 안 했을 거예요"

새 스윙에 적응했기 때문에 곧 정상에 오를 것으로 확신

아버지와 물 위에서 연습은 몇 번 안 했는데 유명해졌죠



(서울=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오히려 더 포기를 못 했을 것 같아요. 금방 될 것 같았으니까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활약하는 한국 선수 가운데 '맏언니'인 지은희(32)는 지난해 그야말로 감격스러운 우승을 차지했다.

2009년 US오픈 이후 8년이 넘도록 우승이 없다가 지난해 10월 스윙잉 스커츠 타이완 챔피언십에서 그토록 바라던 투어 통산 3승째를 달성했기 때문이다.

8년 3개월 만에 우승에 지은희는 눈물을 감추지 못했고, 주위에서는 우승권에서 멀어진 줄 알았던 '30대 선수'의 '어쩌다 한 번'인 것으로 여겼다.

그런 지은희가 26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칼즈배드에서 열린 LPGA 투어 KIA 클래식에서 또 우승했다.

3승까지 8년이 넘게 걸렸지만 4승째는 채 반년도 안 돼서 찾아왔다.

지은희는 이날 경기를 마친 뒤 공식 기자회견에서 세계 1위와 메이저 2승째를 새로운 목표로 내걸었다.

다음은 지은희와 일문일답.

-- 2009년 US오픈 우승 이후 지난해에서야 다시 정상에 올랐다.

▲ 제가 2009년 우승할 때만 해도 굉장히 잘 친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그러나 이후 시합이 잘 풀리지 않았고 스윙도 바꿀 필요성을 느꼈다. 제가 페이드 구질만 쳤는데 골프에서는 드로도 구사할 줄 알아야 하기 때문에 그런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아무래도 제가 몸에 익숙한 스윙이 있다 보니 교정이 쉽지 않았다.

그러나 그렇다고 그동안 계속 안 되기만 한 것도 아니다. 시드도 계속 유지했고 톱10 성적도 가끔 냈다. 우승은 없었지만 그런 희망적인 부분도 있었기 때문에 어려운 시기를 이겨낼 수 있었다.

-- 작년 대만 대회 때는 눈물을 많이 흘렸는데.

▲ 그때는 너무 감격스러워서…. 오늘은 울컥하기는 했지만 울지는 않았다. 그냥 기뻤다.

-- 만일 3승째가 지금까지도 나오지 않고 있다면 어땠을까. 골프를 그만두거나 한국으로 돌아가지 않았을까.

▲ 그렇지는 않았을 것이다. 물론 골프가 정신적인 부분이 크게 작용하는 종목이기 때문에 힘들긴 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 대만에서 우승하기 전에도 스윙이 조금씩 원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었기 때문에 '곧 될 것 같다'는 느낌이 있었다. 스윙 컨트롤이 되어 가고 있다 보니 오히려 조금 더 하면 될 것 같은 마음에 더욱 포기를 못 했을 것 같다.



-- 성적이 오래 나지 않으면 캐디도 다른 선수를 찾아 떠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하던데.

▲ 마틴 보제크라고 저보다 2살 많은 선수 출신 캐디다. 저와는 5년 정도 함께 호흡을 맞추고 있다. 제가 2년 전부터 코치 없이 투어를 다니는데 마틴이 골프 아카데미에서 어시스턴트 코치도 한 경험이 있어서 스윙에 대해서도 상의할 수 있고 많은 도움이 된다.

-- 오늘 홀인원으로 우승하면서 차량 2대를 받았다.

▲ 마지막 날 홀인원을 하면서 우승한 것도 처음이고, 홀인원 부상을 받은 것도 처음이다. 아직 차를 어떻게 쓸지 결정은 못 했지만 아마 스팅어를 타게 될 것 같다. 아까 자동차 열쇠 2개를 받은 것은 사진 촬영 용이고 실제로는 기아자동차 측과 차량에 대해 의견을 조율해야 한다고 들었다.

-- 수상스키 국가대표 감독인 아버지(지영기 씨)가 운영하던 수상스키 연습장에서 연습한 일화가 유명하다.

▲ 그건 제가 어릴 때 경기도 가평에 연습장이 별로 없어서 몇 번 그랬던 것인데 그 얘기가 많이 알려져서 계속 그렇게 연습한 줄 아시는 분들이 많다. 우승하고 부모님과 통화했는데 많이 좋아하신다. 4월 하와이 대회에 시합장에 오신다고 했는데 그때 함께 시간을 보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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